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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마음 헹구는 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9-19 10:10:50

수필,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빈산 잎 지고 비는 부슬 부슬상국의 풍류도 이같이 적막구려

슬프다 한잔 술  되올리기 어려워라

지난 날 그 노래 오늘 아침 이름일세  (조선 중기 시인, 권필 1569-1612 )

 

스승처럼 따르던 송강 정철의 산소에 들러 지은 시이다. 황량한  숲에 분분이 낙옆이 진다. 비마져 부슬부슬  내리는 날  스승이 그리워  지은 시이다. 선생님 술 한잔 올립니다. 제 절 받으십시오. 누워 계신 그곳은 계실만 하신가요? 옛 스승이 그리워 지은 시이다. 죽은 뒤 사흘이면 잊고 사는 세상에  스승이 그리워 술 한잔 차려놓고 잔나비 휘파람 불제면 ''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스승처럼 따르던 송강 정철의 산소에 들러 지은 시이다. 황량한  숲에 분분이 낙옆이 진다. 비마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스승이 그리워 지은 시이다. 선생님 술 한잔 올립니다. 제 절 받으십시오. 누워 계신 그곳은 계실만 하신가요? 옛 스승이 그리워 지은 시이다. 죽은 뒤 사흘이면 잊고사는 세상에 스승이 그리워 술 한잔 차려놓고 잔나비 휘파람 불제면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전나무 산에 차려놓고 무진 무진 먹세 그려… ‘선생님! 제 술 한잔 더 받으시구려’잔을 따르다 말고 눈물이 솟구친다. 그는 천성이 정직하여 타협을 모르는 강직한 선비로 깨끗이 벼슬길을 포기하고 말았다. 권필은 마음으로 섬기던 정철을 그리워하며 그가 괴로울 땐 스승 정철의 묘를 찾아가 사무친 그리움으로 시 한 수에 술 한 잔을  올리며 구차한 세상 벼슬길을 포기하고 산하에 묻혀 숨어 살았다. 요즘 시를 읽으면 시원케 마음을 헹구는 시가 없어  마음이 허전하다.

오동나무 수런 수런  저물녘에 시끄럽고

비 지나는  연못가에 대자리  잠 해맑아라 

이 가운데 꿈이야기  남에게 얘기마라

봉래산  높은 성에  언젠가 들어 갈 터이니 (시, 붓을 꺾으며, 이문영 1714년)

 

그가 생을 몇날 앞두고  쓴 시라, 눈물이 핑 돈다. 마음 속 깊은 슬픔을 나누던 벗을 보내며  세상일, 슬픔도 기쁨도 나눌 벗이 없음을 슬퍼해 쓴 시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들려준 오동잎 스치는 빗소리를 시로 들려 준 그의 맑고 투명한 시성이 세속에 찌든 마음을 헹군다. 옛 스승을 만나는 일은 잃어버린  내 영혼을  다시 찾는 일이다. 오늘은 책 읽어 주는 시간에 여러 권의 책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머리를 비워두고 싶어 밤늦게 솔 사이를 거닐으며 솔가지 사이에 걸린 달빛사이로 별들과 오래 밤을 즐겼다. 난 속뜰이 시끄러우면 솔들과 대화를 나눈며 내 마음을 헹군다. 솔은 선비의 나무라, 우리 조상들이   아끼고 사랑한 나무다. 

솔 숲에선, 

침묵의 향, 

소리없는 소리로 내가 세상에서 힘든 날, 

내 속뜻을 어찌 아는지

 솔은 내 영혼을 어루만진다.

그 우뢰같은 침묵

'천인 무성' 

천번을 참고도

그래도 침묵

가슴엔  대못같은  아픔의 흔적

선비님의 든든한 가슴이다. 

 

유난히 별들이 밝은 밤, 솔숲에 어느 별에 어린 왕자가 사는지… 별밤을 헤맨다. 은하수 꽃길에는 지금쯤 어떤 꽃이 피었는지… 사슴과 장미, 더불어 의자만 바꾸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장미와 사슴들의 이야기, 무수한 별과 별 사이 흐르는 음악소리 어린 왕자를 더 자주 만나고 싶다. 아무리 읽어도 어렵기만 한 ‘어린 왕자’를 찾아서 아름다운  우주를  더 많이 여행하고 싶다. 온 우주는 사랑의 에너지로 가득 채워진  영겁의 신의 비밀스런  그 사랑 찾아서 신의 가슴에 더 깊숙히 마음 담그고 싶다. 지금 여기, 지구별에 살면서 내 영혼의 깊은 곳에  사랑의 원천 신의 음성 ,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영혼의 생명의 소리를 듣고 싶다. 지구별은 너무 아프다. 하루하루를 어린 왕자처럼 별나라를 여행하며 그사랑의 원천 우주의 기를 받으며 살고 싶다. 지금도 마음이 스산하면  옛 스승의 글을  쓰다듬고  스승의 냄새를 맡고 싶다. 아무리 화려한 문장으로 쓰여진 시라도 글에서 느껴진 체취가 느껴지지 않는 현대 시를 읽으며 가슴이 텅빈  느낌을  어찌할수 없다. ‘무릇 글을 지음에 어려운 것은 마음에  뜻을 세우는 일이다. 문자에 이르러서는 붓아래 있다’ 옛 스승은 가르친다. 글에는 정신이 담겨있다. 그 글은 그 사람이다 말하고 있다.

 

'창 방 한밤은  적막한데

창밖엔  자가 넘게 눈이 쌓인다.

등불 하나  책상밑에 환히 밝히고

책상 위엔 옛 사람 책이 놓였다

옛 사람  지금은 가고 없지만  

옛책은  능히 나를 일르켜 주네 .

… … …

천년 뒤에 그뜻을 우러른다네.

 

한번 읽자 눈이 홀연   환히 밝아져

황홀하기 보배론 구슬 펼친듯하네' (옛시 중에서)

한번 읽자 눈이 홀연 밝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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