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당뇨를 앓았던 어머니는
자녀들 몰래 혼자서 자주 응급실을 다녔다
오 남매의 어머니건만
병원에선 자녀가 없느냐고 물었다지
그 소식을 듣고도
당장은 갈 수 없는 처지에
먼 이국땅에서 눈물로 세수를 했다
팔순을 앞둔 어느 날
“내가 낳기는 다섯을 낳았는데 둘밖에 안 보인다.” 하시는 말씀에
미국 사는 두 여동생을 강요하다시피 해서
오 남매가 한 번에 얼굴을 보여드리려 재촉하는 발걸음
경기도 광주의 화담 숲에는
정다운 대화와 웃음들이 어머니로부터 번져갔고
어머니는 “정다운 대화”를 뜻하는 화담여사가 되었다
숨 막히게 살아온 교사와 목사 사모의 64년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이름 화담
화담으로 세 해를 조금 넘겨 질병과 싸우다가
작년 11월 7일에 육신의 허울을 훨훨 벗어
화담 숲 옆에 두고
마지막 숨을 코로나라는 배에 실어 영원한 집에 이르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동네에 돌아온 나는
찾아드는 화담여사의 부재를
주신 치약과 비누로 달래며 대화를 한다
치약은 조금만 더 쓰고 훗날을 위해 보관해야 하고
둥근 숯 비누에는 양쪽으로 얇은 다른 비누를 덧붙였다
보내주셨던 생김 포장지의 눌러쓰신 내 이름은
오려서 냉장고 문에 붙였다
조성일
- Hogansville Korean Church, Senior Pastor.
- Rose of Sharon Mission, President.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