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목사
옛날에는 하나님의 성소 안에는 “메노라”라는 금촛대가 있어서 성소를 밝고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제사장들에게는 아침저녁으로 이 촛대를 잘 돌보고 순결한 감람유를 공급해서 여기서 늘 불빛이 비쳐 나오도록 하는 책임이 부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빛은 몇 가지의 이유로 꺼지는 사고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첫 번째는 소명의식의 상실 때문이었습니다. 제사장들이 무엇 때문에 거기 서 있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소명인데 그 소명의식을 잃어버리게 될 때 잘못하면 그 불꽃이 꺼집니다. 두 번째는 책임감의 망각 때문이었습니다. 성소 안에서 네 의무는 무엇인가, 내 책임은 무엇인가를 제사장으로서 망각하면 촛불은 꺼지게 되어 있습니다. 제사장의 제일 중요한 의무 중에 하나가 감람유를 공급해서 금촛대에 계속 불빛이 흘러 나오도록 하는 일이었지만 그걸 잊었을 때는 어김없이 불빛이 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제사장 상호간에 의사 소통의 혼선을 빚을 때입니다. 제사장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입니다. 내가 아니어도 남이 할 줄 아니까 제때 기름을 공급하지 않았고 그래서 불꽃이 꺼질 수가 있었습니다. 네 번째는, 경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해서입니다. 시대가 어려워지면 기름값도 비싸고 기름을 공급하지 못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는 외부에서 적들이 침입해올 때였습니다. 타국인들이 이스라엘을 침입했을 때 그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성소에 들어와서 이 금촛대의 불빛을 끄는 일이었습니다.
반면 신구약 중간기인 소위 마카비 시대에는 독립전쟁이 있었는데 이스라엘이 그 전쟁에서 승리하고 성전을 되찾은 다음에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이 금촛대의 불빛을 다시 밝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부부들의 가슴 속에는 메노라의 불빛같은 정열의 불꽃이 꺼질 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위와 같이 다섯 가지 이유 때문에 꺼질 수 있습니다. 먼저는 하나님이 왜 결혼시켜 주셨는가에 대한 의식을 상실할 때입니다. 결혼에 대한 목적의식을 상실할 때이지요. 어떤 사람은 결혼 자체가 목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일단 결혼을 하고나면 끝이 납니다. 결혼함으로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목적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보다 더 높은 인생의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결혼에 대한 궁극적 목적이 있어야 부부간의 불꽃이 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혼 주례를 서기 전에 꼭 결혼 당사자들에게 결혼의 목적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어떤 사람은 무척이나 소극적인 목적을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싸움이 없는 가정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하도 싸움 많이 하는 집안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싸움 없는 가정을 이루기 위해 결혼 한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목적 치고는 너무 소극적인 목적입니다. 극단적인 말로 시체들에게는 결코 싸움이 없습니다. 따라서 싸움 안 하는 가정을 만드는게 목적이라면 죽으면 됩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보다는 더 높은 목적과 목표 의식을 갖고 결혼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책임감을 망각할 때 부부 간의 불꽃은 꺼집니다. 남편의 책임, 아내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잊어버리는 경우 입니다. 그렇다면 부부가 왜 서로의 책임 의식을 망각하게 되었습니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어느 정도 서로에게 익숙해집니다. 익숙해지면 더 이상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마치 초보운전을 붙이고 다닐 때는 조심하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사고가 별로 일어나지 않지만 한 2년쯤 지나 익숙해지면 그때 사고가 제일 많이 나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