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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전화기 만능 시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8-12 08:02:10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김정자(시인·수필가)

 

어디를 가든 카톡 소리가 존재감을 증폭시켜준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맥박처럼. 문자 판에선 손가락이 현란한 춤을 춘다. 문명의 이기로 선구자적 입지를 구축해버린 전화기는 일상을 번영과 윤택으로 이끄는 기기임에는 틀림없다. 모임에는 새로운 활력을 실어주고, 가족 간의 화합 구심점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리바이벌 자극이 되어 주지만 문자 사용이 분별력 없는 정보를 가볍게 퍼뜨리기도 하고 무례한 남발로 일상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갈수록 남녀노소 불문 기종의 다양성과 다채로운 서비스 옵션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실용성 제공으로 숙달되어가는 능숙과 다재 다능 발전이 눈부시다. 이미 불가사의 할 만큼 가능성과 잠재력에 사로잡혀 문명의 이기가 제공하는 볼모에 끌려 다니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인간사에서 집단과 환경의 상호관계가 분화되고 변형되고 활성화되면서 문명의 이기들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고 진행중이다. 문명 발달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이기와 함께 해온 것인데 이렇듯 유용하고 편리한 기기 등장으로 국가 제도와 개인의 계획들을 뒤엎거나 망치게 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현대 기기가 인간 세상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미 대두되고 있다. 두려움이 우려가 되고 우려가 공포로 발전하기에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주는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일상과 가장 밀접한 전화기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두드러진 속도로 발전, 향상에 진보를 거듭해 왔다. 외형도 물론이려니와 기능면에서도 상상 초월의 약진과 진전을 이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청소년 연령대에선 전화기가 부도덕한 은둔의 도구로 변질되어 가고 있지만 제재하거나 가르치거나 계몽하려는 풍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 발단인데 국가적으로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과연 누구의 손길이 닿고 있을까. 때로는 문자 소통이나 영상이 개인의 블랙박스가 되어 교정시설로 수감 시설로 향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성폭력, 보이스 피싱들이 문자 소통의 어두운 단면이다.

재택으로 집을 지키고 있을 때도, 어쩔 수 없이 세상과 단절되어가는 노년 층에선 문자 전달이 놀이로 전환되기도 한다. 문자가 실어 나르는 뉴스, 데이터, 다양한 메시지들로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단 시간에 만나게 되고 따분하고 싫증나는 일상까지도 덩달아 역동성 있는 활기를 공급받게 된다. 마치 사업상 이유로 밀접한 연락망이 가동되어야 하는 것처럼 열광적 환호라도 하듯 모시고 산다. AI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커리 바리스타 역할도 해내고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점점 사람이 감당해가야 할 일자리도 줄어들고 기계와 대면하며 살아가야할 미래가 삭막하게 펼쳐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팬데믹 때문이 아니 더라도 재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전화기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는가. 전화기로 결재가 가능하고 음식 재료나 가정 용품들을 마트에서 배달 받은 시대로 돌입했다. 조리된 음식도 얼마든지 주문으로 가능하다. 온라인 옷 주문에 일상용품까지도 전화기로 얼마든지 해결되고 있으니까. 그야말로 전화기 만능시대이다.

우리집 할배는 아직 G-4 전화기를 아무런 불편없이 사용하고 계신다. 최신형 전화기와 함께 하다 보면 눈과 귀가 퇴화할 것 같으시다고, 기계적으로 제시하는 숱한 영상이 이끄는 현란한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을 곁에 두고도 자연을 향하는 눈길이 줄어들고 자연의 호흡과 가치를 마음껏 충족할 수 있는 기회와 멀어질 것을 피하기 위해 구형 전화기를 고집하고 계신다. 디지털이 발전해 갈수록 전화기를 들여다 보느라 시간 여유는 빼앗기게 되고 잘못된 문자로 사람꼴을 피폐하게 만드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기 전에 지금 전화로도 주변과소통이 얼마든지 건재 하다고 하신다. 동의에 한 표를 던진다.

LA동창들과 한국 동창들을 같은 화면에서 만날 수 있는 요지경 세상이 되어버렸다. 공간도 시간도 초월의 끝이 어디일지 다함이 없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방대한 집대성이 총망라된 포괄적 예술의 경지다. 낯선 여행지에서나 혹여 길을 잃었을 때도 곤혹스럽거나 어색한 혼동없이 전화기에 의지하는 친밀도가 가히 가족 사랑을 뛰어넘는 영역을 보유하고 있어서 전화기만 있으면 웬만한 민생은 해결이 될 경지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마냥 환대해도 될 일일까. 여러 양식의 소통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통적 개념으로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따뜻한 참되고 애틋한 정이나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나눌 수 있는 소통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이 자명 해지고 있지 않은가. 전화기 만능 시대가 앞으로 인류의 삶을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시켜갈까. 기대와 기우가 기찻길처럼 놓여있음을 보게 된다. 문명 발달이 인류 행복과 직결된 것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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