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불어라 바람아·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어둑한 해 질 저녁부터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숨 죽이며 있는 힘을 다해 바위를 쪼개 내었겠지
숨을 죽이니 그들의 두런두런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한 발 두 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뎌 본다
환자의 침대라는 길고 때 묻은 돌판
검게 그을린 연기 자국과 잠을 자는 일상의 흔적
교실처럼 마주 보는 긴 책상의 자리 흔적
한 쪽 구석에 돌 관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면 저 돌관에 뉘여 놓았다가
기회가 생기면 동굴 밖 따스한 햇살아래 묻어 주었다는 사연
그 곳에는 교회도 있고 세례 터도 있다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 그들의 세례는
생명의 주인을 향하는 피맺히는 고백이요 오롯이 드리는 헌신이다
숭덩 숭덩 뚫린 구멍 사이로 흘러나오는 눈물의 기도는
바람 타고 올라가 하늘 문을 열고
보좌에 앉으신 분의 주위를 눈물 보석으로 가득 채웠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