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천지는 푸르고 뜨거운데

August 05 , 2022 11:03 AM
외부 칼럼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김정자(시인·수필가)

오후 한더위에 소나기가 씻고 간 가로수 푸름이 산뜻하다. 여름이 들어서면 같은 길을 달려도 매번 새롭다. 푸르름을 덧 입어가는 초록의 환희를 하루가 다르게 만나기 때문일 게다. 신선한 초록 윤기가 눈부시더니 금새 짙은 초록 천지를 뒤덮은 푸름의 위세가 당당하다. 짙푸른 아우성이 함성이 되어 넘쳐나고, 만상을 돌아보아도 온통 싱싱하고 청청한 푸름으로 가득하다. 여름의 인내 또한 뜨겁다. 타는 목마름을 위한 기다림 이었던가 싶으면 어느덧 그 목마름을 적셔주는 계절 또한 여름이다. 바람과 비, 햇살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는 여름이요 푸르름이 멈추어지지 않는 계절이다. 계절은 농부를 기다리고 농부는 여름을 기다린다. 농부는 작물을 키워내는 대지의 어머니 마음이기에. 어머니라는 부름을 닮은 계절. 푸르른 자람을 일구어 오곡 백과를 익어가게 하는 몫의 천명을 품고 하루하루 결실을 향해 진액을 모으고 있다. 

생의 성숙을 경모해왔기에 여름날 푸름의 성숙부터 닮아가고 싶은데, 팬데믹은 불안을 안고 끝모르게 이어지고, 세계 정세도 내란 발발과 전쟁 소식에 못지않은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 개발과 거래 활성화로 전운 감도는 위기 의식은 모호한 회의론 일색이다. 지구는 지금 소나기를 기다릴 만큼 답답하고 불안한 위기에 놓여있다. 인류 역사 이래로 불안이 말끔히 해소된 세상을 만날 수 있었던가 싶기도 하지만 불안으로 인해 다가올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부추기게 되면서 미래를 향한 의문까지 품게 되고 지금의 평안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빼앗기게 된다. 해서 세계는 지금 불안 증세와의 전쟁이 진행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행복, 기쁨, 편안함, 위로를 시샘하는 불안감 옆모습에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엿보임을 어이하면 좋으랴. 하지만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믿는 마음자세로부터, 성취에 대한 믿음 체계를 차근차근 적립해 가다 보면 어떠한 상황이 맞닥뜨리더라도 적절한 행동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는 신념을 일깨워 가다 보면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일, 사회에 위로가 되는 길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채워져 갈 것이다. 푸르고 뜨거운 천지처럼.  

팬데믹 후유증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이 세명 중 한 명이란 보고가 있다. 혹여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과도한 부정적 감정 반응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이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을 회피하고 은둔에 파묻히기도 하며 여행조차 포기해버리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을 기대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남게 된다. 삶이 피곤 해지기 전에 생각의 균형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폭염이 형벌처럼 가해지면서 해질녘 천둥 번개는 민심의 저항일까 싶기도 하다. 이에 동조한 햇살로 하여 오늘은 덜 더우려나 이른 새벽부터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된다. 인플레이션 또한 장바구니부터 시작해 전세계를 몸살을 앓게 만들고 있음을 평범한 아낙 인데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팬데믹 초기도 힘들었지만 그때만해도 금리는 최저였고 정부가 풀어놓은 지원금이 있어서인지 재택을 하면서도 그럭저럭 위안과 도모는 되었던 것 같다. 나라마다 내우외환으로 전전긍긍하기에 바쁘고, 아직은 무더위가 기승을 떨치고 있는데 벌써 돌아올 춥고 을씨년스런 겨울 걱정이 앞선다. 천지는  푸르고 뜨거운데. 푸름과 뜨거움은 쉼을 부르고 낭만을 불러들이는 것만이 아니었다. 별 빛은 푸를 수록 뜨겁고 붉을 수록 차갑다고 한다. 세상이 심산 할수록 계절의 성숙을 관찰해 볼 일이다. 푸름이 시야를 열어주고, 뜨거움이 더위에 지친 우리네에게 기민함과 충일한 활기로 다가오고 있음을 눈여겨 보게 된다. 푸름의 싱그러움과 멋스러움이 삶의 향기로 생기의 에너지로 지천에 널려 있음은 여름이라서 가능한 것일 게다. 푸름은 색상 만으로도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여름 특유 푸른 색은 푸름을 더욱 푸르게, 돋보이게 하고 푸름의 깊이까지 더해준다. 뜨거움이 전해주는 것 또한 사랑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뜨겁고 푸르게 살아갈 여름 끝자락이 아직은 남겨져 있어 왠지 풍요롭고 넉넉해진다. 푸름과 뜨거움이 주는 행복이 한더위를 무던히 견뎌낸 보상처럼 유순하게 다가온다. 천지는 여전히 푸르고 뜨거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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