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기억과 망각의 강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7-29 08:50:06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지인들과 둘러앉아 커피 타임으로 어우러지는 자리에서였다. 한참 대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거침없이 등장해야 할 지명이 떠오르지 않는다. 동년배들이라 ‘나도 그래’ 너도 나도 건망증 앞에서 난감했던 에피소드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즈음엔 부쩍 주방에서 식사 준비가 시작되면 긴장감이 몰려온다는 일화도 등장한다. 냉장고 문을 열고는 ‘뭘 꺼내려 했지?’ 떠오르지 않으면 얼른 냉장고 문을 닫고 심호흡을 한다고. 이 뿐 아니다. 전기 레인지에서 조리를 끝낸 후 전원 스위치 끄기를 깜박했던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다음부터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되었다고. 대화 중에도, 고유명사. 지명, 인명이 까무룩 떠오르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어제 일도 떠오르지 않는 지경이 반복 된단다. 완전 Me Too다.

혹여 ‘디지털 치매’는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다 기억과 망각의 강가에서 서성이는 나이가 된 것일까. 숙연히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다독인다. 휴대폰, 컴퓨터 등 디지털기기 사용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도 계산 능력도 확연히 떨어진데다 과다한 정보 습득으로 건망증 증세가 예전보다 두드러진 현상을 ‘디지털 치매’라 칭하는 말인데 신조어로 떠오를 만큼 광범위할 정도로 확산 되고 있다. 심지어 사진 기능처럼 기억하는 능력을 가질 수는 없을까 해서 ‘포토 그래픽 메모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과연 꼭 필요한 문명일까. 기억과 망각의 강은 인간이 외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여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년의 시기에서는 그 시절 대로,. 여학교 시절에는 그 시점의 볼륨만큼 잊지 않아야 될 것들이 항시 있어왔다. 잊지 않아야 하는 일들이 기억과 망각의 강을 따라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한다고, 잊지 않으려 전력투구 해왔는데 학자들 사이에서는 인지가 형성되려면 기억과 망각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이 대두되고 있다. 정서적 행복과 창의성의 추구를 위해서도 망각은 필수적이라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다.

노화로 인한 건망증은 정상적인 망각의 지류로 당연시하며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오히려 일상의 일들을 잊지 못하고 모두 다 간직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살아가다 보면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일들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삶의 길 위에서 우뚝 기다리고 있기도 하는 것이 인생 여정이 아니던가.

생각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능력이다, 생각을 저장하는 기억과 무시로 지우려는 망각이 과거와 현재의 삶을 이어가며 불가분의 이중주를 연주해가고 있다. 삶을 꾸려가기 위해 잊기를 해야 하는 것은 공간 기억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망각이 필요한 것이라 했다. 우리에게 망각이란 굳이 필요한 것일까. 잊지 않으려 메모도 하고 여러 번 되뇌어 보기도 하고 전력투구를 해왔지만 지각과 인식의 추리 능력이 구축되려면 기억력과 균형을 이룰 망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성적 만족과 기쁨을 추구하는 독창성 개발을 위해 망각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때로는 부담 없는 잊음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미증유의 정답을 얻은 것이다. 적당히 잊고 적당히 기억해야 하는 밸런스 유지 필요성을 확인한 한 셈이 된다. 의식과 자유의지 실체 또한 뇌 세포에서 발원된 것이라서 기억과 망각의 강은 같은 발원지에 근원을 둔 원천에서 흘러온 것 같다.

생각을 모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쓸 수 있는 기능의 노화로 인해 건망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인데 지난 시간과 지금을 이어주는 기억 장치가 순조롭게 임무 감당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깜빡이 신호등이 켜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과로나 긴장감, 스트레스에서 온전히 벗어날 순 없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나친 혹사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었다. 현대라는 시대를 살아가노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면서도 혹여 치매 과정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는 것이라서 건망증과 치매 차이가 관건이긴 했다. 

알츠하이머나 기억상실증같은 병적인 망각은 이를 관장하는 뇌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건망증은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면서 건망증 개선을 위해 기억과 망각의 거리두기를 꾸준히 시도해보려 한다. 

잊음이 없는 뇌는 없다. 기억과 망각의 강은 생각의 홍수와 가뭄에도 말없이 쉼없이 흐르고 있다. 잊음의 여울목을 맴돌고 맴돌아 구비구비 흘러가면서.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칼럼] 미래는 오늘부터 시작이다

이용희 목사 “행복이 깃들리라. 홀로 있으면서도 오늘을 내 것이라고 노래하는 사람아. 내일은 최악일지라도 그것이 대체 무엇이냐. 오늘 나는 충실한 사람을 누렸도다. 평화로운 마음으

[법률칼럼] “월요일에 내면 되겠지”… 이민 서류, 하루 차이가 자격을 가른다

케빈 김 법무사 이민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마지막 날이 주말이나 공휴일일 때가 있다. 이때 “관공서가 쉬니 월요일에 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판단이

[행복한 아침] 익숙해짐의 양면성

김 정자(시인 수필가)    운전이 필수인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출근길이면 커피를 들고 차에 오른다. 시동을 건 다음 Seat Belt 장착을 하고 rearview mirro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6)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6)

SSI 수급자의 소득 불일치 경보(Earnings Alerts)와 10억 달러 과오 납금의 진실국세청(IRS) 자료 연계 시스템의 허점과 수급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월별 소득 보고

[신앙칼럼] 겸손과 사랑(Humility and Love, 요한복음John 14:2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명시감상] 비로봉(毘盧峰) — 윤동주“만상을 굽어보기란-/ 무릎이 오들오들 떨린다./ 백화(白花) 어려서 늙었다./ 새가 나비가 된다.

[수필] 스와니 벼룩시장에서 돌아본 애틀랜타 한인회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새벽마다 스와니 시청 앞 광장에는 정겨운 장터가 열린다. 소박하고 허름한 나무 상자 위에는 갓 수확한 햇고구마와 무, 배추, 제철 과일들이 무심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과 HOA,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과 HOA,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미국의 단독주택 단지(Subdivision)에 살다 보면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약자가 있다. 바로 **HOA(Homeowners Association)**이다.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헬렌김 그렇게 뜨거웠던 어제도아무런 작별 인사 없었는데,오늘은소식없이 가을입니다. 공원에는 다람쥐가 분주하고한 여름 푸르렀던 나무들은파스텔을 거두어하나 둘 황금빚 옷을 준비합니다 

[애틀랜타 칼럼] 체면을 살려 주어라

이용희 목사 대개 윗사람들은 아랫사람을 대할 때 하인 다루듯이 명령하기도 하고 책망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할 때. 그 자신의 인격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법률칼럼] 취업비자 10만 달러의 벽… 이제는 회사의 해고 기록까지 본다

케빈 김 법무사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유학생에게 채용 제안은 새로운 출발이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의 기쁨에 앞서 비자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따져야 한다.지난 9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