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윤
숨 막힐듯 외로운 날엔
어둠의 바다같은 마루를 지나
아늑한 다락방에 오른다
그 곳엔 싱클레어의 수호신 데미안을 비롯해
긴 세월 함께 딩굴던 친구들이
고요 속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외로운 까닭조차 말할 수 없는
깊은 속마음 열어놓고
고뇌와 정열로 가득찬 그들과
영혼의 산책길에서
눈물 훔치며 이야기 하다보면
막혔던 빗장이 스르르 열리고
시름시름 앓던 심장이 새롭게 조립된다
창문에 걸터앉은 달빛과
저 멀리 밤하늘 건너 싹트는 새벽
다시 맞을 새 날을 꿈꾸노라면
언어의 주인공들이 치열한 삶으로 채색된
아름다운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기 위해 난 오늘도
나의 작은 성에 오른다
이설윤
- 1979년 도미
- 뉴욕 크리스챤 월간지에 창작 활동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수상
- 현재 동서남북 한국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