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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아틀란타 소풍 보고서(1)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7-11 12:49:47

독자기고, 조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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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동(언론인)

 

 

셋째 날, 6월 20일, 월요일

아침 7시 30분이 되기 전에 로비로 내려 갔는데도 벌써 신복룡 교수님과 김승웅 방장님, 신우재 선배님이 내려와 아침을 들고 있다. 모두들 놀랄 정도로 부지런하고 건강해 보인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그날 부터 강행군을 하는데도 피로한 기색들이 없다. 거기에다 김승웅 형과 신우재 형은 술에 담배까지 피운다. 김승웅 형은 전과 달리 술이 줄은 것 같았으나 신우재 형은 술을 상당히 즐겼다.

아침 9시에 호텔을 출발해 남북 전쟁 당시 아틀란타 캠페인(전투)의 격전지 케너사 마운틴(Kennesaw Mountain)으로 향했다. 남북전쟁의 운명을 가늠했던 아틀란타 전쟁의 상징으로 꼽히는 케너사 산은 국립 전투장 유적지로 보존되어 있다. 유적지 시설은 작은 전시장에 기념품 판매장이 함께 있고 그 옆에 작은 강당이 있고 그 뒤에 실제 격전장이었던 케너사 마운틴이 있었다. 단층으로 된 작은 붉은 벽돌집 벽에 Kennesaw Mountain National Battlefield Park 라고 쓰여있다.

윌리암 셔만(William Sherman) 장군이 이끄는 10만 북군과 조셉 존스턴(Joseph Johnston) 장군이 지휘하는 5만의 남군이 1864년 6월에 2주간 대결했던 케너사 마운틴 전투는 북군이 공략하고 남군이 방어하는 전쟁이었다. 남북전쟁에서 가장 격렬하고 참혹했던 전투 중에 하나로 꼽히는 케너사 마운틴 전투에서 5천3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으며 남군이 방어에 승리했으나 남군이 전선에서 후퇴하고 남북전쟁의 전세를 결정적으로 바꾸었다.

아틀란타 전투를 기억하는 전시장에 북군과 남군을 상징하는 군대와 장군들이 있고 그 장군들 가운데 2명의 얼굴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서 있다. 실물 크기 사진의 두 얼굴은 북군의 윌리암 셔만 장군과 남군의 조셉 존스톤 장군이었다. 신복룡 교수님은 여기에 서 있는 셔만 장군이 조선과 미국의 군사 충돌이었던 제너널 셔만호 사건의 ‘셔만’과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1866년 조선의 평양 대동강 변에서 불탔던 상선(商船) 제너널 셔만호에 셔만 장군이 승선했던 것이 아니라 배 이름이 셔만호인 것이다. 1866년이면 남북전쟁이 끝난 다음 해였으니 셔만 장군의 명성이 대단했을 것이다.

전시관에 진열된 검은 대포 옆에 말을 탄 셔만 장군의 실물 사진 조형 옆 벽에 “War is cruelty and you cannot refine it” 이란 구절이 적혀있다. “전쟁은 잔학하다, 고상하게 정제할 수 없다.” 잔혹함을 정제할 수 없는 전쟁은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것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뜻이다. 윌리암 셔만 장군은 능력있는 장군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남군에서는 그의 잔혹 행위로 상당히 비판받고 있다. 셔만은 조지아 전투에서 민간인들에게 가혹 행위를 하고 초토 작전을 썼던 것으로 전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에 관한 평가와 논쟁이 커지면서 남북전쟁이 끝난지 1백년이 훨씬 더 지나서 저술가 제임스 레스턴은 셔만이 월남전에서 악명을 떨쳤던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 화학 무기의 씨를 남북전쟁에서 심었다고 비판했다. 전쟁은 잔혹한 것으로 고상하게 할 수 없다는 셔만의 말은 그의 잔혹 행위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고 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시장이 끝나는 그곳에Aftermath(결과)란 말이 쓰여 있고 그 밑에 성조기가 걸려있고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있다:

“This is hallowed ground. For two terrible weeks in the summer of 1864, thousands of Americans fought and bled and died here. Honor their sacrifices. Walk reverently in their footsteps. The fierce struggle they waged here not only helped decide the outcome of America’s Civil War. It shaped the fate of a nation, and the destiny of generations yet unborn.”

“여기는 신성한 땅입니다. 1864년 여름 참혹한 두 주 동안 수천 명의 아메리칸은 여기서 피 흘리며 싸우고 죽었습니다. 그분들의 희생을 기립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그 분들의 발자국을 걷습니다. 그 분들이 여기서 치렀던 치열한 격전은 미국 내전의 결말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숙명을 결정지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의 운명을 결정했습니다.”

전시장 옆에 있는 자그마한 강당에서 케너사 마운틴 격전을 그린 다큐 영화를 감상했다. 30분 가량의 이 다큐는 당시의 치열하고 잔혹했던 전투를 생생하고 숨 막히는 박진감으로 묘사했다. 냉방이 너무 잘된 강당에 자켓을 가지고 오질 않아서 몸이 냉랭해진 나를 이 영화는 내 마음을 더욱 얼어 붙게했다. 이 다큐 영화는 북군, 남군,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는 역사의 감정을 신중하면서도 사려깊은 안목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갔다. 어쩌면 남부 사람이 남부의 가슴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를 이 다큐는 북부에게 무릎 꿇은 남부의 감정과 시각을 절제와 품위를 가지고 패자의 긍지를 담담하면서도 장엄하게 그렸다.

어느 쪽을 위해 피를 흘렸건 이들의 죽음은 고결하고 숭고했고 그들이 총을 맞대고 죽이고 죽었던 이 땅은 신성한 땅이 되었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서 젊은 생명을 바쳤는지를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생명을 바쳐야 하는 것은 그들이 사는 땅의 명령이었기에 그들에게는 숙명이자 운명이었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지만 여기 아틀란타 전투에서 남군이 승리했다면 아메리카 역사의 운명은 또 달라졌을 것이고 오늘을 사는 아메리칸이나 미래의 아메리칸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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