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시인·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산나물 뿌리처럼 쌉쌀한 안부(安否)는
잊힐 만하면 맛보는 별미 같다
오랜 투병으로 담쟁이처럼 힘겹게 오르던 이들이
죽음의 벽을 넘지 못하여
더는 안부조차 물을 수 없어 깨끗이 지워지고
쓴나물 같은 안부를 맛보는 나이
언젠가 내 죽어 살아있는 이들이 별미처럼
씁쓸한 내 안부 한 접시 받아 들고,
접시 하나 비우 듯 깨끗이, 그렇게 무심히
잊혀질 나를 생각하며
별미 같은 내 안부를 미리 맛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