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전문가 에세이] 가마솥 누룽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6-17 17:09:29

전문가 에세이,김케이,임상심리학박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 케이(임상심리학 박사)

 

나는 생선회를 못 먹는다. 

난생 처음 활어회 식당에 갔을 때, 널따란 접시 위에 결 따라 저며져 투명한 살점으로 누워있던 생선이 눈을 뜨고 나를 쳐다봤기 때문이다. 얼핏 내려다본 상 위에서 우리 둘의 눈이 딱 마주쳤다. 헉! 

한국에서 한번은 남쪽 항구도시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시장이 우리 일행을 접대한 곳은 이름난 활어식당. 반갑게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시장님이 호기롭게 주문했다. 

“특별히 펄펄 뛰는 눔으루다가!” 이미 뿌러지고 있는 상다리 중앙에 날라져온 ‘그분’께서는 차가운 접시 위에서 아직도 미끄덩한 꼬랑지를 철퍽거렸다. 그 옆에는 자기 껍질 위에 누워 움찔거리는 전복. 다시 그 옆으로는 창졸간에 토막 난 낙지들이 참기름 발린 흰 접시 위에서 기를 쓰고 동강 난 지체들을 움직였다. 

나는 화장실 가는 척 일어나,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가까운데 놓인 미역무침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때 주방장이 커다란 쟁반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들어왔다. 일행들이 일제히 “와아!” 손뼉을 치며 반긴 하이라이트 쟁반 위에는, 아 글쎄!..... 멀쩡히 살아있는 보리 통새우들이! 일본말로 춤춘다는 뜻이라나. 손바닥 길이를 넘는 새우오도리 예닐곱 마리가 펄쩍펄쩍 점핑을 하는데 일행이 돌아가며 한 마리씩 손바닥으로 낚아채서는 그대로 입 안에 밀어 넣었다.

기절 직전인 나를 위해 내 몫까지 처리해줬던 옆자리 동료를 난 지금껏 생명의 은인으로 모신다. 

누구나 한두 가지 가리는 음식이 있다. 

오이가 질색이라는 남자들에게 물어보면 그건 여자들이 얼굴에 붙이는 마사지 재료이지 먹는 음식이 아니라서, 싱싱한 생굴은 불쾌한 모양새에 물컹거려서, 홍어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가자미 식혜는 발효한 생선 이름에 ‘식혜’란 단어가 웬 말이라서, 닭발은 생김새가 그대로 발 모양인 게 징그럽고, 소천엽은 표면이 우둘두둘 더러워진 타월 같아서, 감자탕은 돼지뼈에 붙어있는 노란 힘줄이 곧 척수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본래 이 척수의 다른 이름이 ‘감자’이다), 순대는 안에 돼지 피(선지)가 들어가서 등등 사연은 제각각이다. 

고기를 사랑하는 미식가들은 돼지껍데기 맛이 일품이라는데 비계덩이 껍질을 뚫고 털마저 숭숭 난 걸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추어탕은 대개 무청 시래기에 맷돌로 미꾸라지를 갈아 만드는 게 정식이라지만 때로 통미꾸라지도 등장한다. “펄펄 끓는 육수에 생미꾸라지를 투하하면 이 녀석들이 앗 뜨거! 앗 뜨거! 하면서 그 옆에 두부 속으로 파고들지요. 나중에 두부를 썰었을 때 반 토막 난 미꾸라지 씹는 그 맛을 그대는 진정 모른단 말입니까? 우핫핫핫!” 

밥풀 흘리는 아이들과 한 상에서 밥을 못 먹는 친구도 있고 남의 아이가 남긴 밥까지 걷어먹는 비위 좋은 친구도 있다. 옳고 그른 건 없다. 그저 각자 입맛이 다를 뿐이다.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오래 전 ‘야채주의자’가 되었다. 최고급 필레 미뇽 아니고, 와규 비프 아니고, 메인 주의 랍스터 아니고... 값비싼 고급 메뉴 대신 나에게 잊지 못할 음식은 강릉 선교장 부근 백반집 주인할머니가 끓여주셨던 누룽지다. 

입맛은 심리적이며 심정적이다. 그리운 고향땅의 푸근한 손맛이 누룽지 사발에 담겼으리라는 나의 서정이 이입된 까닭이다. 

누룽지! 뜨거운 가마솥 밑바닥에 깔린 채 타오르는 장작불길의 고통을 겪어냈을, 자신의 온몸을 태우면서도 표독해지긴 커녕 깊고 구수해진 누룽지가 나는 고맙고 좋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수필] 어둠이 빛에게 건네는 말
[수필] 어둠이 빛에게 건네는 말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하얀 도화지를 앞에 놓고 연필을 깎는다. 사각거리며 나무가 깎이고 검은 심이 뾰족하게 갈리고 나면 비로소 빈 도화지 위에 선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65세 전에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으면 메디케어는 언제 시작되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65세 전에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으면 메디케어는 언제 시작되나?

최선호 보험전문인   많은 분들이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62세부터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연금을 일찍 받기 시작하면 메디케어도 그때 함께 시작되는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의 시]  치마폭에

월우 장 붕 익(애틀랜타 문학회원) 괴테와 레오나르도가체육관에서 만났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카메라로 찍어서여인의 운동하는 모습을그리어 주었는데괴테는그림 그릴줄 모른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박영권의 CPA코너] 나의 소득은 세금 보고 대상인가?
[박영권의 CPA코너] 나의 소득은 세금 보고 대상인가?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많은 납세자들은 “세금을 낼 만큼 벌지 않았는데도 신고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자주 갖는다. IRS는 소득세 신고 여부를 결정할 때 소득 규모

[법률칼럼] 결혼 영주권,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케빈 김 법무사  결혼 영주권 심사가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만 하면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오갈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이민 경로로 인식되었지만, 이제 그 공식

[칼럼] "삭제 키 없는 기록, 한국일보의 윤전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칼럼] "삭제 키 없는 기록, 한국일보의 윤전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행복한 아침] 아직도 새해다

김 정자(시인 수필가)                                           새 달력으로 바뀐 지 딱 열흘째다. 달력에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 태엽처럼 감겨

[내 마음의 시] 감사 여정
[내 마음의 시] 감사 여정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12월 31일 한해가 가고 있는 순간 순간추억이 떠 오른다겁도 없이 퍼 마시고기고만장 고성방가노래하고 춤추며 개똥 철학 읊어 댄수 많은

[신앙칼럼] 알파와 오메가(The Alpha And The Omega, 요한계시록Revelation 22: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요한계시록 22:13).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에서

[한방 건강 칼럼] 말초신경병증의 한방치료
[한방 건강 칼럼] 말초신경병증의 한방치료

Q:  항암 치료 중입니다.  얼마전 부터 손가락의 심한 통증으로 일을 좀 많이 한 날에는 주먹을 쥘 수 없고 손가락들을 굽히는 것도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