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문제를 전공하는 미국 대학의 한 연구자가 600여명에게 물었다. “당신은 언제 가장 행복했나요?” 가장 많은 답은 “36세”. 9살, 23살 보다 36살 때가 좋았다고 한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 세상이 좁다고 돌아다니던 그 때, 클럽을 드나들던 20대 보다 30대에 더 행복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30세부터를 성년기(established adulthood)로 친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말이 있지만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나 이 무렵이 되면 독립적인 사회 활동이 가능해진다. 많은 일이 이때 일어난다. 직장을 잡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 사고, 경력 쌓고... 이혼 소식도 전한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의 결혼식에 두 번 참석하는 일도 있게 된다.
30대부터 40대 중반까지는 다중 역할을 소화해 내는 것이 도전이 된다. 일과 가정의 조화는 늘 문제가 된다. 자녀와 함께 연로한 부모를 돌봐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활동력과 인지 능력이 정점으로 향해 가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때이기도 하다.
기계로 치면 필요한 부품이 모두 갖춰지는 때,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때가 이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모자란다. 황금기를 여는 때이기도 하다.
45세를 기점으로 중년으로 넘어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35세를 중년의 기점으로 잡았지만 지금 그 나이면 성년의 초입.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60세까지는 중년으로 친다. 성년과 장년을 연결하는 이 시기는 위기의 때이기도 하다. 미국인 5분의1은 ‘중년의 위기’를 겪는다고 한다.
다중역할은 중년에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심화된다. 보통 미국인은 이 시기에 크게 근로자, 배우자, 부모, (부모에게는)성인 자녀 등 4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내게 된다. 시간과 에너지를 잘 쪼개야 한다. 인간관계, 사회 생활은 더 복잡해진다.
수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은 이 무렵이다. 부족한 잠과 함께 수면의 질이 문제가 되는 때이기도 하다. 신진대사가 느려지면서 살이 찌고 수면 무호흡증과 연결되기도 한다. 호르몬 변화도 생긴다. 폐경을 겪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호르몬 변화 때문에 전에 없던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만성질환의 원인이 축적되는 때이기도 하다. 중년은 장년과 노년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된다. 중년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중년에 대해 미리 공부해야 한다. 노년처럼 중년도 처음 겪는 일이다. 중년에 겪게 되는 다양한 분야의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행복이라는 면에서 중년은 그 전 시기인 성년과, 60세 이후 이어지는 장년 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베스트 셀러 저자이기도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한 사회 과학자는 미국인의 행복감은 30대이후 하향 곡선을 긋기 시작해 50세 무렵 최저점에 이른다고 한다. 60대 중반이 되면 행복은 어느 정도 회복된다. 이런 행복감이 75세 이후를 이르는 노년기에 이르면 극과 극으로 나눠진다. 더 행복해지는 노년이 있는 반면, 불행의 늪에 빠지는 노년이 있다는 것이다.
노년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요인은 경제 여건 등 여러가지 일 것이다. 그중 하나, 가장 중요하면서 누구나 대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건강이다. 여기 관해서는 좋은 연구자료가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나오는 성인발달에 대한 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가 곧 그것이다. 1938년 이후 매년 자료가 축적되고, 업데이트 되고 있는 권위있는 보고서라고 한다.
이 보고서가 말하는 노년의 행복을 위한 건강 7계명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금연, (금주가 아닌)절주,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매일 걷기), 과도한 스트레스 회피, 지속적인 공부, 주변과의 안정된 관계 유지가 곧 그것이다.
지속적인 공부를 위해 꼭 하버드에 가야 할 필요는 없다. ‘심각한 독서’ 정도도 괜찮다. 과한 스트레스를 피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건강에 좋지도 않은 일을 곰곰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면 버리고, 감정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