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 박 항선(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팔랑팔랑 하얀 꽃 비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지친 꽃잎들 하얗게 드러눕는다
잔디 위에도 들풀 위에도
행길 가에도 아스팔트 위에도
하얀 수의로 창백한 꽃잎들
할 말 못 한 채 힘없이 스러져 간다
정든 나무와 헤어짐이 아쉬워
이별의 순간 짜디짠 눈물 머금고
슬픈 꽃잎들 봄길 위를 배회한다
길 모퉁이 앉은 억울한 넋들의 안쓰러움
곱게 짜인 차디찬 비단 빛깔로
눈물 머금은 꽃잎 한 조각 한 조각
기워 만든 하얀 꽃길 카펫이어라
바람결에 나부끼는
꽃 비를 맞으며 가지마다
들리는 작은 한숨들
화사한 봄 어쩔 수 없이 떠남을
꽃잎들로 한 자 한 자
사연 담은 꽃 비 유서들
이른 봄 긴 여정 마치게 되는
홀연히 가는 창백한 영혼들의 비보
슬픈 꽃상여 지나가는 통곡의 아침
꽃으로라도 그들의 억울함
하얀 향기담아 잠재울까나
침묵의 눈물로 묵념하는
꽃 비 내리는 이 아침에 ..
박항선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5회 애틀랜타 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