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4월이 되면 개나리 진달래 만발한 우이동 골짜기에 4.19 학생묘지가 떠오른다. 3.15 부정선거와 자유당 독재를 반대하며 거리로 뛰쳐나가 절규하다가 무참하게 희생된 학생들을 기억하고 다 함께 명복을 빌고 그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4.19 정신을 외치면서 XXX처럼 물고 뜯는 이기적인 편가르기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안타깝게도 4.19 정신이 사장됐거나 잊혀진 상태다.
위선자들은 4월19일이 되면 묘지를 참배하고 사진 찍고 4.19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외쳐대지만 돌아서면 그만 자신들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선동하면서 패거리 싸움을 하고 있다. 지도자와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및 유명 패널들은 자신의 견해가 애국과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떠들며 국민 분열을 양산하고 있고 국민들 또한 그들과 같이 북치고 장구치며 광화문과 서초동을 누비고 있다.
수 없이 많은 지역 이기주의 패거리 집단들의 데모가 끊일 날이 없고 지도자와 지식인 유명인들은 말로만 국민화합을 외칠 뿐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 단체장 후보들은 포화상태인데 하나같이 내로남불, 도토리 키재기, 그 밥에 그 나물들이다. 그 때문에 국민들이 현명하게 옥석을 가려야 될 것인데 국민들 역시 편가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모두 4.19 영령들 앞에 마음을 비우고 석고대죄한 채 조국과 민족을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 자신의 행위가 내로남불이 아닌지 자아비판을 하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 바란다. 더럽고 추한 승리보다 정의로운 패배를 인정할 줄도 아는 현명한 정신만이 4.19를 운운할 자격이 있고 진정으로 4.19 영령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가와 민족이 잘 살수 있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
4천3백여 년간 외세의 침략과 분열과 당파 싸움과 망국적이고 이기적인 싸움때문에 얼마나 많은 비극을 초래했는지 뼈저리게 돌아보고 과거와 같은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혜로운 반성을 거듭하면서 분단된 비극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화합과 힘을 축적해야 평화를 누릴 수 있고 국가와 국민이 행복을 구가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계속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 나는 애국이고 너는 반역이다. 나는 정의이고 너는 불의이다. 내로남불 막장 드라마를 계속하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고 부지런하고 좋은 DNA를 이어받은 민족이 왜 화합하고 이해하고 양보하고 서로 사랑할 줄을 모르는지 다같이 4.19 영령들 앞에 용서를 빌고 뇌우치는 뜻깊은 기념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미국교포들도 4.19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화합하고 이해하고 사랑해야 될 것이다.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한 트집잡기 물고 늘어지기 같은 악랄하고 추한 고질병들을 일소하고 모든 것을 대화로 풀 수 있는 4.19 정신을 이어받자. 4.19는 국민의 마음과 뜻을 무시한 대화 불통의 내로남불의 산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