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4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싱어즈’를 거대한 대하 드라마 한 편을 만난 듯 들뜬 기분으로 만났다. 첫 회인데 다음 방송이 기다려졌다. 김영옥, 나문희, 김광규, 장현성, 이종혁, 이병준, 우현, 이서환, 윤유선, 우미화, 권인하, 서이숙, 박준면, 전현무, 정영주를 단원으로 김문정,최정훈 최강 음악 감독이 함께한다. 배우로서 드러나지 않았던 프로필이며 화제성 재능을 갖춘 단원들로 구성된 힐링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 증폭이 예견된다. 자연스레 함께 노래로 어우러지며 방송 내내 들썩대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명품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가슴이 활짝 열릴 수 밖에 없는 유쾌한 감동을 유발시키는 꾸밈없는 진정성이 신선하다. 팬데믹으로 침체된 감성을 부추겨준다. 숨겨져 있었던 음악적 영향력을 터치해내며 음악이 가진 유일한 능력으로 뭉클한 선율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감명 깊은 시간이 이어졌다. 시종여일 깊숙이 이끌리듯 빠져드는 것은 지금껏 몰랐던 단원들의 반전 매력 발산 때문이리라.
합창단이 구성되고 노래 재능을 보여주는 첫 무대가 열렸다. 단원들의 인생과 그 여정에서 꽃이 피고 지는 사연과 고백이 담긴 독백 같은 선곡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뜨거운 가슴으로 저마다 인생을 담은 노래들이 이어지면서 살아온 인생을 노래하는 에이스들의 표현력이 돋보인다. 삶의 기쁨과 고달픔, 슬픔, 즐거움을 마음껏 표현해 내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니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이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깊은 울림이 있는 이런 노래가 음악이란 예술의 정곡이었지.’ 나도 몰래 환성이 터져 나온다. 음악을 사랑해 온 재능이 숨겨져 있었던 시니어들의 합창이 완성되는 날이 기대된다.
합창곡으로 ‘This is Me’ 가 선택된 것만으로 시청률을 사로잡을 것 같은 기대감을 유도해내기에 충분했다. 음악 감독 김문정, 최정훈 씨가 직접 개사한 우리말 가사가 공개되고 본격 연습이 시작되면서 생소한 곡을 만난 단원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웃음과 감동으로 쾌조의 출발을 선포했다. 연습에 돌입하면서 합창 최소단위인 듀엣 대결 무대가 이어졌다.
첫 무대는 김영옥 씨, 우현 씨의 등장으로 ‘옥우옥우’ 팀 명으로 ‘60대 노부부 이야기’로 무대에 섰다. 김영옥 씨 나이는 올해 86세로 나이를 잊은 도전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우리네 이야기를 옮겨놓은 애절한 가사와 두 배우의 완벽한 곡 해석과 여운은 혼란스러울 만큼 뜨거운 공감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를 몰입으로 이끌어낸 완성도높은 면모를 보여주었기에 2위를 선점해도 마땅하다 싶다.
권인하, 박준면 씨의 ‘용호상박’팀이 다음을 이었다. 좌중을 압도하는 격동의 가창력으로 ‘Open Arms’을 감성 가득한 절절함으로 무대를 흥건하게 채우고 말았다. 윤유선 씨와 전현무 씨는 ‘알뮤’ 팀을 결성해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로 위로가 되어 준 노래로 훌륭한 무대 연출을 해냈다. 서이숙 씨와 우미화 씨는 ‘술꾼 도시 언니들’ 팀 이름으로 출전했다. ‘수퍼스타’로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고 한계를 뛰어넘는 눈부신 열정과 감동을 선사했다 1위로 선정되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장현성 씨, 박광현 씨, 김광규 씨는 3인조로 ‘쉰사의 품격’ 으로 뭉치면서 ‘이 밤의 끝을 잡고’선곡했다. 벅차도록 하고 싶었던 코러스가 뜨겁게 터져나온 것처럼 뜨거운 열창으로 도전했다. 남다른 인생을 살아온 배우들이라 그런지 표현력이 남다르다. 완벽한 준비에 완벽한 마무리까지 숨겨지 가창력 폭발로 3위를 득점했다. 트리오 팀 활동을 해도 충분할 만큼 배려와 화합이 돋보였다.
음악 감독이신 최정훈 씨와 나문희 씨는 ‘훈이와 문희’ 팀으로 ‘누구 없소’로 도전했다. 따뜻한 시선에서 조차 전율을 느끼게 하는 노래 한마당이었다. 이병준 씨와 이서환 씨는 ‘교장과 처장’ 타이틀로 ‘말하는 대로’ 곡을 들고 도전했다. 뮤지컬 요소에 콩트까지 가미해가며 음역대가 다른 음색 임에도 혼신을 다해 애틋하게 불러주었기에 치밀어 오르는 감명에 눈물이 돈다. 팀 마다 연습 장면과 무대 장면이 모두 살아있는 드라마 같다. 생의 긴 노정을 그려낸 대장정을 지나온 것 같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내내 가슴이 아리다 못해 저릿하다. 기억에서 오래 찾아내야 할 것 같은 실로 오랜만에 맛본 감동이요 기쁨인데 왜 이리 눈물이 고일까. 감동이 부풀다 못해 폭죽처럼 터진다.
음악은 소리로 이루어진 예술이요, 영원한 생의 악보요 살아있는 날개 짓이다. 음악은 이렇듯 마음을 흔들어대고 울렁이게 만들어 주고는 흐뭇한 평안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최상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행복의 바탕은 기쁨과 자유와 평화로움에서 기인된 것이란 말이 실감난다. 돌아보면 현실은 어둡고 힘들지만 ‘뜨거운 싱어즈’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 잠겨있는 동안에는 아늑함이 넘친다.
마음껏 방송을 즐기게 해주신 제작진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싶어진다. ‘This is me’ 합창곡이 완성될 그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