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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3-06 10:10:56

수필,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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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는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러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넘어 아가씨같이

구름뒤에서 반갑게 웃네.

 

고맙게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린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 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 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 조차 빼앗기겠네.  (1926년    시인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오늘같은 세상에 전쟁이 무슨 말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상은 온통 전쟁의 아픔에 시달린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철없이 피난 길에 나선 철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린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결혼식을 몇 날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품에 안고 피난길을 떠나며 전쟁터에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떠나야하는  아픔을…

사랑하는 조국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밀리언의 피난민 물결,  빼앗긴 자유, 사랑, 눈물젖은  그 설움을 누가 만들었는가…

사랑하는 조국을 지키려  멀리 흩어진 이들이 ‘내 조국이여, 난 내 조국을 위해 죽어도 좋아…' 하며 사랑하는 조국으로 돌아온  사람들.

폴란드에서 트럭 드라이브로 일하던 53세의 폴은 전쟁의 화염 속으로 조국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지금은 내 조국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칠 때라. 내 뒤엔 수많은 내 조국 사람들이 내 조국 우크라이나 위해 줄을 지어 돌아오고 있다고 눈물을 닦았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머리맡에 무서운 공산치하의 김정은의 속 마음을 누가 아는가?

멀리도 아닌 한 시간 너머에 매일 포탄을 쏘아대는 북한의 무자비한 전쟁을 일삼고 있지 않는가.

내 조국의 아픔을 우리 조국은 잊고 사는 것 같아 더욱 가슴 아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반도의 아픔을 보는 것만 같아 더욱 가슴 아리다. 

내가 여섯살에 6. 25를 겪었다. 광주에서 강진 시골 집으로 피난 길을 오빠들  손을 잡고 떠나던 날 …

우린 사흘을 굶었다. 신발은 다 헤어져 발에서 피가 났다. 오빠들은 남의 밭에서 시퍼런 수박을  따 왔다. 이거라도 먹자! 죽지는 말아야지! … 목이 메인 그 음성을 나는 가끔 지금도 듣는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나의 오빠들 그 음성이 지금도 그립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 조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조국을 위해 몸바쳐 싸우려  ‘죽어도 좋아, 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싸울  용사들이 조국으로 돌아올것인가?

고위 공직자들은  국민들과  함께 조국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동물은 배가 고파야 서로를 해친다지만 인간이란 동물만이 이념을 위해 수많은 전쟁으로 얼룩진 피의 역사를 쓰고 있다.

밀리언 피난 길에,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들… 먹을 것은 보급이 되는지, 의약품은  준비가 되는지, 우린 그들을 위해 그들이 자유의 품에 안길때까지 우린 도움의 손길을 함께 할 때이다.

우리 함께 작은 모금을 하기 위해  마음을 나누려 해도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만물은 생명의 봄으로 꽃도 피우고, 새가 노래하는데 왜 사람만이 작은 지구 별에 땅금을 그으며  죽어가야 하는지…

사람아, 사람아… 

나는 가끔 내가 사람인 것이  부끄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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