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연극 번지 없는 주막을 끝내고 그동안 소홀했던 사업을 위해 정신없이 바쁜 중에 뉴욕 고교 동문인 최원용 씨가 브라질 사시는 윤복현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급보를 받고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 며칠 전 선생님의 편지를 받았는데 세상을 떠나셨다니 그동안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선생님! 연극 번지 없는 주막을 지원해 주시며 성공을 빌어주셨던 선생님께서 성황리에 끝난 연극에 대한 소식을 전하기 전에 돌아가셨다니 하늘이 원망스럽다. 더욱 애통하고 가슴 아픈 것은 장례식 영전에 꽃 한 송이 올리지 못하는 죄 때문이다. 선생님이 중대부속 중고등학교 교감선생님 재직 시 내가 책장사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것을 알게 되신 후부터 특별히 보살펴주시고 사랑해주셨다. 졸업을 앞두고 대학 진학과 앞날에 대해 물으셨을 때 나도 모르게 고대 법대를 갈 예정이라고 했다. 내 실력을 잘 알고 계신 선생님은 합격을 할 실력이 안 되고 합격을 하고 졸업을 해도 취직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면서 그동안 자네에 대한 특성과 조건을 연구 검토한 결과 연극영화과를 선택하고 배우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앞으로 영화와 TV 시대가 오고 연기자들이 각광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하셨지만 솔직히 나는 황당했다. 배우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생각해본 일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경하고 경륜이 풍부하신 선생님께서 나를 위해 결정하신 고마움을 깊이 헤아린 끝에 연극영화과를 지원하고 훗날 배우가 되고 TV 탤런트가 돼 11년 이상 방송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그동안 선생님께서는 뒤에서 계속 지원해 주셨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는데 영등포 대방동에 사시는 선생님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기쁘고 반가워 몸 둘 바를 모르는데 선생님께서 을지로 입구 ‘고관성’ 치과에 와 있는데 만날 수 있느냐고 하셔서 곧바로 달려가 동문인 고관성 원장과 선생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됐는데 선생님께서 “나 브라질로 이민가네” 하시면서 교사 월급만 가지고는 자녀들을 공부시킬 방법이 없어 교육조건이 좋고 넓고 큰 나라로 가 활개를 펴고 싶어 이민을 선택했다고 하셨다. 부모와 다름없이 내 인생에 진로를 밝혀주신 선생님이 이민을 가신다고 해 집으로 돌아와 밤잠을 설치고 다음날 아내와 작별인사를 하러 갔을 때 선생님께선 인구가 많고 취직자리도 없는 작은 나라를 떠나 넓은 세계에서 날개를 펴는 것도 애국의 길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브라질에 도착해 시작한 봉제사업이 잘돼 만족한다고 이민을 잘했다고 하셨다. 나도 모르게 이민병이 들었고 이민을 결정했는데 선생님께서 브라질에 오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시겠다고 했는데 브라질을 못 가고 미국으로 이민을 하게 됐다. 그 후에도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신 선생님께선 나를 배우가 되게 하시고 미국에서 살게 하셨다.
선생님! 선생님 은혜를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