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다시 오실 메시아 (크리스마스 축시-김경자)
행여! 오늘이나
그날 흑암 중에
새 하늘, 새 땅이 열리던 날
은총의 빛 휘감고 사람의 가슴에
사랑으로 오신 이여,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의 기쁨으로 채우시던 그날에---
나를 부르심이여---
“너 지금 어디 있느냐”
눈 먼 자를 보게 하시고
묶인 자에게 자유를
메마른 골짜기에 생명의 샘물 흐르고
죽었던 영혼 흔들어 깨우시는 그 사랑
하늘 사랑으로 채우시던 그날에
나를 부르심이여--
“너 지금 어디있느냐”
눈 먼 자를 보게 하시고
묶인 자에게 자유를
메마른 골짜기에 생명의 샘물 흐르고
죽었던 영혼 흔들어 깨우시는 그사랑
하늘 사랑 가득 채우시던 그날
출렁이는 기쁨, 그 자유함
하늘 은총 가득하여라
아직 어둠에 갇힌 세상에
길 잃은 양 한마리
그 목마른 영혼 찾으시는 목자의 음성
“내 양을 먹이라”
새벽을 깨우시는 영혼의 기도
‘사랑 때문에’
오늘은 새날 --
내 영혼아 기뻐하라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워 지리라
아직 열리지 않는 하늘 보배함 안고
나, 새 길 떠나렵니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의 평화로---
조용한 깊은 산골 문명의 때가 묻지 않는 산골에서 크리스마스 를 보내고 싶었다. 도심의 화려한 불빛을 떠나서 스모키 마운틴 산자락을 따라 정처없이 길을 떠났다 . 낙엽진 빈산 벌거벗은 나무들이 생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성자처럼 외로이 서있었다. 생의 마지막을 깨닫고 시베리아행 삼등 열차에 몸을 싣고 눈 내리는 산길을 찾아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톨스토이의 마지막 모습이 벌거벗은 빈산에 서성이었다.
추수가 끝난 들녘에는 아직 걷어 들이지 못한 야채들이 남아있고 내 어린 시절 목화 따시던 내 어머니 모습이 들녘에 서성이신다. 어머니, 부르면 금방 달려 오실 듯 --- 그리움 묻은 영혼의 동반자 나의 어머니 -- 천국에도 목화밭이 있던가요? 미국으로 이민 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한 맺힌 딸의 그리움, 낯선 산길을 달리면서 목이 메인다.
산은 높고 뫼는 깊다더니,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정처없는 산길을 따라 차를 몰고 달렸다. 어느덧 해는 서산에 기울고 새들도 둥지를 찾아 어디론가 날아간다. 어둠이 깃든 깊은 계곡 다소 불안한 마음이 스치고 , 옆구리에 스며든 이민자의 고독이 붉게 탄 저녁놀에 탄다.
언젠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꼭 한 번 정처없이 길 떠나고 싶은 나그네, 그 고독이 뼈속을 스민다. 고향 떠난 이방인, 우린 과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화두처럼 떠나지 않는 내 한 생의 의문 --- 나그네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길도 보이지 않고 하늘에 별빛을 보며 산 속에서 우린 길을 잃었다. 산과 산이 마주치는 산 속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우린 길을 잃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였다. “여보! 저기 불빛이 보여요.” 반가움보다 구세주를 만난 듯한 환호였다. 우린 차를 몰고 불빛을 찾아 길을 들어섰다. 작은 식당이었다. 그날밤 온 인근 동네 사람들이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 모습을 보며 놀랐다. “오랜 산행 끝에 길을 잃었노라”했더니, 모두가 박수로 환호하며 음식은 여기, 음료수는 저기 한 가족처럼 “메리 크리스마스” 환호하는 때묻지 않은 산 사람들 그 따뜻한 사랑--- 얼마나 오랜 세월 찾고 싶은 정이요, 그리움이었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맛있는 사랑의 대접을 받고 접시 밑에 작은 선물을 남기었다. 지금부터 문제는 숙소였다. 이 근처에 모텔은 없느냐 묻자 아직도 두시간 이상을 가야한다고 했다. 나이드신 노부부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집에 빈방이 있으니 하룻밤 묵어가라고 웃으셨다. 그 밤 산길따라 들어선 작은 오두막, 화려한 장식은 없어도 문을 열자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에 밝은 희망이 불타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만인가? 맑고 가난한 이 풍요로움, 깊은 산 속 노부부의 사랑의 배려-- 그 산속 보금자리에서 크리스마스 한 밤을 지냈다. 새벽 닭이 울고, 아침 햇살에 눈부신 초원, 외양간에는 조랑말이 낯선 이의 눈빛에 서성이고, 물소리, 바람 소리, 산 안개속에 잠이 깬 선녀같은 산봉우리들-- 노부부의 살아있는 뜨거운 휴머니즘, 얼마나 쉽게 버리고, 식어버린 세상의 인정이었나--- 아! 영원히 살고 싶구나. 여기에--- 얼마 만에 찾아낸 내 마음의 안식인가? 참으로 복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겸허히 머리숙인 산봉우리들 가난조차 아름다운 노부부의 모습, 물 흐르듯 그대로 자연이신 성자같은 그 웃음소리, 심심산골 삶도 죽음도 넘어선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으신 충만한 자유함, 겸허히 낮아짐, 거기 진정한 삶의 평화가 스며있었다. 아마 그리스도가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이 산골마을 노부부의 평화의 마굿간에서 다시 태어나시리라.
온 인류여 ---
“평안하라,
기뻐하라,
행복하라”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