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호숫가에 있는 집을 사놓고 편히 쉴려고 했는데 또 다시 일이 생겼다. 새로 시작한 도매상이 자리가 잡혀가기 시작했을 때 같은 건물에서 크게 도매상을 하던 LUCKY TRADING이 장사가 잘 되고 사업이 날로 번창해서 뷰포드 한인상가 인근으로 확장이전하게 됐기 때문이다. 뷰포드는 애틀랜타와 동남부 한인들의 상권이 형성돼 있고 도매상들도 그 곳에 많이 있다. 그래도 칼리지 파크에 있는 LUCKY TRADING이 물건이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고 그 때문에 같은 건물에 있는 우리도 장사가 잘 됐다. 그런데 LUCKY TRADING이 이사를 가게 됐으니 우리 K–TRADING 하나 때문에 먼 남쪽 칼리지 파크까지 올 수가 없게 됐다. 우리 도매상에서 취급하는 물건이 뷰포드 도매상에도 많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겼다. 도매상을 그만두고 소매상에 전념하느냐 아니면 소매상을 정리하고 도매상에 올인하느냐에 대한 고심 끝에 좀 더 안전하고 편할 것 같은 도매상을 하기로 하고 뷰포드 한인타운 인근에 2만 스퀘어피트 넘는 건물을 임대했다. 집이든 사업이든 새로 시작하거나 옮기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새로 임대한 건물은 사무실과 화장실과 냉난방이 안 되어 있어 시설을 새로 해야되고 물건도 많이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그런데 당시 건물 공사를 하게된 건축업자인 이병만 한인회 사무총장과 한인회 이승남 회장이 7월4일 다운타운에서 거행될 독립기념 퍼레이드에 한인회가 참여하게 됐다며 7.4 퍼레이드 명예 대회장을 맡아달라고 해서 거절을 했는데도 두 사람이 계속 부탁을 해 할 수 없이 명예 대회장을 맡게됐다. 중요한 일은 한인회 회장단과 임원진들이 했지만 나도 최선을 다해 협조를 해야 됐다. 다행히 7.4 퍼레이드는 잘 끝났고 일회성 행사였지만 뜻 깊은 행사였다. 이승남 회장과 이병만 사무총장 및 임원진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명예회장인 나는 들러리에 불과했지만 미련도 후회도 없고 누군가 해야할 일을 대신 했다고 생각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도매상 시설과 물건 정리도 다 끝나 개업을 하게 됐다. 항상 그랬듯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 잘 될 것인지 또 안 될 것인지 걱정을 많이 했다. 걱정을 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는데 어리석게 고민을 하는 자신이 어리석기 이를 데가 없다. 새로 시작한 사업이 또다른 도박이 될지도 모를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감사하게 많은 지인들의 축하와 함께 순조롭게 사업을 하게 된 어느 날 일찍 회사에 도착하니 밖에 설치한 냉난방 유닛이 없어졌다. 밤새 도선생들이 깨끗이 모셔간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미국은 준법정신이 강하고 도선생들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 믿음이 완전히 깨졌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명암이 있고 예외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