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연극 ‘도라지 강도’ 라는 또 다른 한 토막의 인생사를 무대 위에 재연하고 나니 큰 짐을 벗고 날아갈 것만 같았는데 왜 그리도 허탈하고 허무한지 모르겠다. 연극 한 편을 연출하면서 심혈을 기울였던 모든 일이 끝나고 나니 할 일도 갈 곳도 없는 것만 같다.
아침 일찍 상점을 열고 장사를 하다가 7시가 되면 문을 닫고 뷰퍼드에 있는 연습 장소로 1시간 이상 달려가 새벽 1시까지 연극 연습을 하고 돌아오던 일상이 끝났다. 그 동안 장사를 하면서도 정신은 연극 공연과 연출이란 콩밭을 헤맸는데 그 일이 끝났다. 그리고 편히 휴식을 취할려고 했는데 할 일이 더 많아졌다.
그동안 연극 때문에 장사를 등한시했기 때문에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이 생겼다. 인생은 연극인데도 애틀랜타에서 인생의 거울인 연극을 하면서 먹고 살 방법이 없고 살아갈 길이 장사 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지랖이 넓은 탓인지 벌려놓은 상점도 3개나 되고 도매상까지 시작한 후 연극을 한다고 뛰어다니고 또 매주 주간동남부에 칼럼 Q형을 기고하고 한국학교 후원의 밤 행사를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미국 순회 공연 차 한국에서 온 탤런트 옛 친구들과 후배들까지 찾아와 정신없이 바빴다. 사람사는 것이 그런 것인지, 바쁜 것이 좋은 것인지, 할 일이 많고 힘이 들어도 기쁘고 즐겁게 세월은 잘도 가고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바쁜데 또 일을 만들었다. 그 동안 살던 리버대일 집이 주위환경도 많이 변하고 집도 작아서 큰 집을 보러 다니다가 존스보로 LAKE SPIVEY 호숫가에 있는 주택단지 내에 있는 집을 계약했다. 남쪽 최고의 주택지로 보트를타고 한 시간 이상을 돌아야 되는 큰 호수가 있고 우리집이 호숫가는 아니지만 배를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는 덱( DECK)도 포함돼있어 훗날 손주들과 가족들이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환상적인 주택지라 또 다시 집을 사고 이사를 하게됐다. 이사를 너무 많이해 지겹고 힘이 들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도전을 좋아하는 나는 그냥 즐겁고 신이 났다.
그동안 이사를 참 많이 했다. 서울에서 9번 미국에서 7번 도합 16번째 이사다. 존스보로 LAKE SPIVEY 에 있는 새 집은 크고 땅도 1 에이커가 넘어 관리가 힘들지만 넓고 시원하고 나무도 많고 호수도 있어 별장과 같았다. 하기사 애틀랜타 주택들은 거의 다 숲속에 있어 별장이나 다름 없지만 어쨌든 나는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했다.
썬룸은 넓어 연극협회 회원들과 연말 파티도 하고 한국학교 후원의 밤 행사 후 가수 ‘현미’ 씨와 탤런트 ‘최길호’씨와 후원의 밤 관계자들이 모여 파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배를 사가지고 호수를 돌면서 낚시대 던져놓고 무한한 명상을 아로새길 행복의 꿈을 설계했다. 꿈과 현실은, 그리고 미래는 알 길이 없지만 나에겐 현재의 순간이 과분한 기쁨이었고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