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달 2030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 게시물 댓글을 통해 자신이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날 부인 이순삼씨로부터 “감옥에 안 가도 되겠다”는 말을 가장 먼저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끝이 좋지 않았던 것을 보면 정말 정치판이라는 곳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캠프 해단식을 갖는 자리에서도 “아마 두 사람(이재명·윤석열) 중 한 사람은 선거에서 지면 감옥에 가야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홍 의원의 전망(?)을 뒷받침하듯 오는 3월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서는 유독 ‘감옥’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상대 후보의 도덕적·사법적 의혹들을 거론하면서 대선이 끝나면 감옥에 가야할 것이라고 서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래서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당선되는 길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이번 대선은 누가 감옥에 가게 될지를 결정하는 ‘철창매치’라는 비유까지 나온다. 이전 대선 레이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살벌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 후보인 윤석열은 일찌감치 여당 후보 이재명을 대장동 비리의 몸통으로 규정하는 프레임 전략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이재명의 배임행각은 상습적”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민 약탈행위”라고 딱 잘라 규정한다. 지지자들에게는 그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마치 ‘이재명 구속’이 공약처럼 들릴 정도다.
이재명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윤석열이 들먹이는 ‘배임’이라는 혐의의 성격 때문이다. 배임죄를 둘러싼 논란은 항상 시끄럽다. 배임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너무 모호해 ‘자의적 해석’이 얼마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임죄 관련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윤석열이 권력을 잡게 된다면 자신의 공약(?)대로 이재명을 배임혐의로 엮는 것쯤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본인과 부인, 그리고 장모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본부장 의혹’이 10개에 달한다. 그래서 여당은 윤석열을 향해 “대선 판이 아니라 감옥에 있어야할 사람”이라고 맹폭을 퍼붓는다. 하지만 의혹과 관련한 상당한 정황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잘 버텨내고 있다. 제기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의 움직임은 적극성과는 거리가 멀다. 아마도 유력 대선후보라는 그의 현 지위에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고 있거나, 정치개입 논란에 휘말리길 원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면 분위기는 확 달라지게 돼있다. 만약 윤석열이 패한다면 그에게는 엄청난 사법적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봐야 한다. 검찰이 지금은 그와 처가의 혐의를 뭉개고 있지만 대선후보라는 정치적 방패막이가 사라지는 순간 그는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동안은 선거에서 지면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거나 은퇴 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다르다. 대선에서의 패배는 정치적 타격의 수준을 넘어 형사적으로 소추돼 감옥에 갇힐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한 ‘승패’가 아니라 ‘생사’가 걸린 싸움이라 해도 무방하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현실판이라는 지적이 전혀 과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당사자들의 속은 지금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이 일각의 전망대로 ‘철창매치’로 귀결된다면 ‘청와대’와 ‘감옥’ 가운데 누구를 어디에 집어넣을 것인지를 정하는 배정권은 국민들의 손에 쥐어져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