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감사 절기가 돌아왔다. 마음에 고여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를 두루두루 나누며 온 가족이 함께 감사가 주는 기쁨과 은혜의 메세지를 받아 누리는 행복한 절기가 되어지기를 바램하게 된다.
자녀들에게 옳고 그름의 한계와 꼭 해야하는 일과 절대로 해서는 아니될 일들의 한계를 깨우쳐주듯 감사는 하나님 은혜의 소산이며 믿음의 결실임을 가족이 함께 하는 절기만이라도 감사했던 일들을 나누며, 잊고 있었던 감사해야 할 일들이며, 당연한 것 까지도 감사할 수 있는 감사의 사람으로, 감사로 채우는 하루하루가 되자고 손잡고 기도하며 다짐하는 감사 절기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평온했던 여정이 폭풍에 휩싸일 때도 있었고, 잔잔한 호수의 고요가 오히려 두려웠을 때도 있었지만 괴로움도 슬픔도 가슴 아픈 억울함들을 딛고 견디어온 인내가 결승점에 도달했을 땐 지구력과 꿋꿋한 내구력이란 머릿띠를 동여매게 해주었고 침착과 고양력 장치를 달고 온하한 기류를 타고 생을 비행할 수 있는 감사를 맛보게 해주신 것도 창조주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따로이 설명할 길이 없다.
감사할 수 없는 일을 감사로 무릎꿇게 해주심도,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음에도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주심에도 감사가 넘친다.
세상은 고마운 것으로 가득하다고 고백하게 해주신 은혜까지도 감사하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잃어버렸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새삼 절실하게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날마다 마주치는 일들, 날마다 스치는 인연들을 스치는 것도 감사의 비롯이요, 지극히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뼈저리게 통감하게된 아름다운 계기가 되어주었다.
감사로 생을 다스리는 사람들은 특정한 환경이 주어진 것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행복한 시간도 고통을 지나는 동안 감사의 농도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서 감사를 가까이 할수록 감사할 일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행복해서 감사한 마음을 품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기에 행복해진다.
감사에 익숙한 사람은 인생노정에서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서 감사는 미래를 살찌게 만들어주는 첩경이다. 감사의 표현은 대부분 일시적이고 의무적이기 쉽다. 형식적이거나 감사의 마음을 잠깐 품는 것까지도 지속적으로 내면세계의 질서 회복과 영적성장을 도모해준다고 한다.
우리 몸과 마음에 전달되는 감사의 영향력을 경험해 보자.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면역계가 강화되며 영육간의 치유를 촉진해 준다고 한다. 수면의 질도 향상되고 체력도 증가하고 삶에 자부심과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차적으로 인간관계에 까지도 상승세를 타게되고 세상살이를 성공적으로 끌어내는 효과까지 누리게 된다. 자녀양육에도 가정 화목에도 사회 생활에도 구체적인 발전을 도모해 준다는 사실들이 이미 누누히 밝혀지고 있다.
그리 곱지도 밉지도 않은 평범한 아낙으로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너절하고 허름한 사념이나 언행은 최선껏 조신해온 터였다. 빈약한 돋보임마저도 함부로 넘보지 않게 마냥 제자리에 서서 세상 배경이 된듯, 신으로부터 배치받은 자리인양 평범을 고수하며 감사로 지켜왔다. 어쩌면 홀로 관성에 젖어있었던건 아니었는지, 스스로 만든 감사비에 헌화하듯 평범을 고집해온 것은 어딘가에 어필할 수 있을 만큼의 표현결핍의 존재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독자의 마음을 온통 흔들만큼의 재능을 갖지못한 죄스러움도 있지만 이런 평범함이 안온하고 평화롭다. 뛰어남을 표현하려는 욕망을 자극하며 만들어지는 대상이 된다는 논리가 전혀 와닿지 않았으니까. 추구해온 삶의 밑그림 또한 순도 높은 평범이 순도 높은 행복이라 여기며 앞으로도 여념없이 그리 살아갈 것이다. 특별하지 않아서 편안하고 감사하다.
눈썰미, 손재주, 말솜씨도 고만고만으로 음식솜씨에 외양이며 매무새 마저 내놓을 게 없는 하냥 평범의 극치다. 탐닉하는 것이 고작 책읽기와 그림, 사진을 하고싶은 소소한 소망이 전부이다.
평범한 감사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지 않음에도 감사하게 되는 감사절기에 모든이들이 감사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어지기를 간곡함으로 기도드리게 된다. 순간 순간 자주 자주 작은 것에 감사하다보면 크게 감사할 일로 이어질 것이요, 올바른 감사는 절대적 감사를 불러오고 감사의 은혜를 심는대로 거두는 평범한 진리를 붙들게 될것이다.
하루가 저물고 주님과의 마지막 독대를 나누는 시간이면 감사를 반추하며 하루를 감사로 매듭짓게 됨에도 감사가 우러난다. 감사절기에만 감사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날마다 감사의 옷을 입고 감사의 이불을 덮고 감사로 호흡하며 감사로 잠들고 감사가 기다리는 새 아침을 맞이하는 감사의 복이 그날까지 이어지기를 소망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