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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가장 지구에서 살기 좋은 땅 애틀랜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11-03 09:34:39

수필, 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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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귀의하고 싶은 존재가 어찌 사람뿐이랴

바람이 불자 대숲의 대나무 잎새들도

서걱서걱 '지심 귀명례' 외고 있고

채소밭의 배추들도 찬 공기 속에서

더욱 푸르러진 빛깔로  '지심귀명래'라. (법정의 글 중에서)

 

갈이 무르익으면 숨겨둔 연인처럼 가슴 타는 그리움은 스모키 마운틴 가을빛이다. 친구 몇이서 블루리지 산맥을 휘감는 기차 여행을 떠났다. 갈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애틀랜타에서 한 시간 거리 스모키 산자락에 갈이 깊어 가고 묵은 나를 털어버리려 산이 좋아 산을 찾는다. ‘산이야 나를 좋아할 리 없지만 내가 좋아서 산에서 사네, 콧노래를 부르며  옥수수 강냉이를 아이처럼 입에 넣으며 스모키 산자락을 떠나는 이유는  해묵은 나의 숨겨둔 연인 장엄한 산맥 속으로 갈 바람이 가슴 저민다. 이따금 이름 모를 철새들이 어디론가 길을 떠나며 나그네를 반긴다. 갈대들이 산신령의 수염처럼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갈을 즐긴다. 갈대는 태어날 때 이미 늙어서 태어난다는데 어미 갈대는 아기 갈대가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쓰러지는 어미 갈대의 어진 마음을 누가 알랴.

스모키 산 자락은 어느 산골이든 ‘수류 화개’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명산이다. 다섯개 주를 휘감은 거대한 아팔라치안 산맥을 병풍처럼 보듬고 사는 애틀랜타는 ‘명산이 있어 명인을 낳는다’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살기 좋은 땅으로 사철 꽃이 피고 지는 사람이 살기에 좋은 기를 품는 곳이란 풍수지리학적 견해다.

옛말에 스님들이 절터를 찾으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 비둘기를 날려 보내면 그 비둘기가 내려 앉는 곳이 바로 절터요, 명당이라 한다. 

블루릿지 산마을 기차역에는 낯선 이들이 서성이고 오랜만에 세상을 탈출한 자유함이 출렁이었다. 녹슬은 기차역… 낭만과 그리움, 잃어버린 옛 추억속에 누군가 내 생애 만날 그 한사람이  서성이는 낭만이 산다. 시베리아 기차역에서 ‘닥터 지바고’의 두 연인의 사랑이 숨쉬고 있는 기차역에는 알 수 없는 인생길에서 만남과 헤어짐의 알 수 없는 인생의 사랑, 아픔들이 서성인다. 기차를 타고 블루릿지 산 마을을 돌고 돌아 자연의 품에 안겨 어디론가 버리고 떠난다. 마음을 맑게 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속 생명체와 교감하며 사는   산에 사는 사람들은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고, 낡은 탈을 벗어 버리고 어디론가 홀로 길을 떠난다.  단풍이 곱게 물든 오솔길 원주민이 살다 버린 빈집, 더러는 쓸쓸한 풍경, 중생이 무엇인지 산골에 와서야 깨닫는다는데-- 비에 갈 잎새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지심귀명례’라 뜨락에 흩어진 낙엽들 한마디가 스승처럼 느껴진다. 해발 1,000미터 높은 블루릿지 산길을 돌아서자 흰구름이 산자락을 휘감는다. 단풍 속 흐르는 명경지수 맑은 물소리, 새소리, 오랜만에 내 마음 때도 씻어내고 자연의 품에 안겨야 세속의 때가 씻어지나보다. 

산이 깊으면 계곡도 깊다더니 자연의 ‘무심’은 ‘서두르지 말라’ 쉼표처럼 생긴 암반들이 물소리, 바람 소리, 계곡 흐르는 자연의 무심함, 눈과 마음을 맑게 씻어낸다. 그 옛날 풀옷으로 몸을 가리며 살았다는 ‘초의 선사’의 암자가 어딘가 숨어있는 듯 문득 시퍼런 하늘이 숲 사이 우물 같기도 하다. 초의 선사는 내 고향 강진에 대흥사에 귀의하신 시인이요, 화가이셨다. 초의 선사의 일지암은 그 유명한 남종화의 산실이기도 하다. 초의선사의 제자로 그림을 배웠고 나중에 추사 김정희에게 엄혹한 그림 수업을 받고 남종화의 예술의 산맥이 되었다한다. 내 인생길 욕심의 체중이 무거운 날, 바위처럼 살라는 ‘무위자연’ 도가 자연속에 출렁인다. 청정한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보다 아름다운 귀의가 또 있을까. 산에는 내가 인생에 길을 잃었을 때-- ‘그 자리, 발을 헛딛지 말라’ 소리 없는 소리가 길을 잃고 서성이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수류 화개’란 ‘네가 서 있는 바로 그 마음자리이다.’내 마음의 그 자리에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게 하라, 거기 참 행복이 출렁인다. 우리를 가난한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바로 그 자리가  ‘수류 화개’이다. 아름다운 인생길도 모르면 고생길이다.

스모키 산 자락 가랑잎도 묵언 중이네-  ‘지심귀명례’라- 나 지극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고향 흙으로- 

올 때는 흰구름 더불어 왔고

갈 때는 밝은 달 따라서 가네

오고 가는 그 주인은

마침내 어느 곳에 있는고.(휴정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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