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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컨테이너의 경제학

미국뉴스 | 외부 칼럼 | 2021-10-28 08:25:36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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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이사짐으로 한국 차를 가져가던 때가 있었다. 미국서 쓰던 중고차를 갖고 가면 운송료를 빼도 더 경제적이었다. 해외 직구 바람이 불면서 한국서 삼성, LG TV등을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 간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들 제품은 태평양을 2번 건넜으나 한국내 가격보다는 쌌다. 그만큼 물류비가 적게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에 오는 화물선은 부피 큰 공산품이 많아 만선이지만 돌아갈 때는 텅텅 빌 때가 많다. 운임은 그만큼 더 싸진다. 미국의 옷값은 20년 전보다 더 내렸다. 코스트코에 가면 10~20달러대 옷들이 훌륭하다. 운송료 부담이 적으니 인건비 싼 나라 제품들이 마구 밀려오고 있다.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떨어진 것은 컨테이너가 개발된 후의 이야기다. 지금 국제무역의 90%는 해상, 그중 60%는 컨테이너로 운반되고 있다. 원유와 곡물 등 일부 원자재를 제외하면 대부분 컨테이너 화물로, 가격으로는 연 14조 달러정도라고 한다.

 

물품을 옮길 때 용기에 담아 옮긴 역사는 오래 된다. 기원전 1600년 무렵 페니키아인들이 배나 낙타로 상품을 옮길 때 용기를 만들어 사용한 흔적들이 발견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포도주, 올리브 유, 곡물 등을 저장고에 담아 지중해 해상 무역을 했다.

 

일정 규격의 컨테이너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차 대전 무렵부터. 총기류와 폭탄 등 군수품을 운반하려면 컨테이너가 필수적이었다. 본격적인 컨테이너 화물 시대는 1950년대 미국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관건은 컨테이너의 표준화. 규격이 통일돼 있지 않으면 배에서 내린 화물을 기차로 옮길 때 일일이 다른 컨테이너에 다시 옮겨 실어야 한다.

 

국제 표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전기만 해도 110볼트와 220볼트로 다르다. 무게도 유럽과 한국 등은 킬로그램, 미국은 파운드를 쓴다. 차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나라, 왼쪽에 있는 나라가 있다. 컨테이너의 표준화가 비교적 용이했던 것은 미국 주도였기에 가능했다. 당시 대형 선사들이 미국에 많았던 데다, 화물도 베트남 전쟁 때 군수물자 등 미국 화물이 압도적이었다.

 

컨테이너 저항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항만 노조의 반대가 극심했다. 하역 노동자의 대량 실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1956년 당시 톤 당 5달러86센트이던 하역작업의 비용이 컨테이너가 사용되자 16센트로 떨어졌다.

 

컨테이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화물 운송의 혁명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은 갈수록 대형화됐다. 클수록 운임 경비에서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최대 2만4,000개까지 한 배에 실을 수 있다. 화물열차에 옮겨 실으면 44마일에 이른다. 이보다 조금 작은 컨테이너선에도 각각 신발 1억5,600만켤레, 태블릿 컴퓨터 3억개, 통조림 9억 통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

 

대형화가 해상운송에는 효율적이지만 하역에는 복잡한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한다. 사고도 변수다. 지난 3월 20만톤 급 대형 화물선이 좌초하면서 수에즈 운하 통행이 마비된 일을 기억할 것이다. 워낙 배가 커서 물길을 도로 트는 데 일주일 가까이 걸렸다. 그새 운하 양쪽에는 370여척의 화물선이 줄을 섰다. 하루 손실 96억달러, 한 시간에 4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물류대란은 컨테이너와 아마겟돈의 합성어인 ‘컨테이너겟돈’으로 불리기도 한다. 컨테이너는 바다에 발이 묶였다. ‘보리굴비 정식’이 메뉴에 올라있던 타운의 한 식당은 한동안 보리굴비 주문은 한 테이블에 한 손님에게만 받다가 결국 메뉴에서 내렸다. 보리굴비가 컨테이너에 갇혀 속절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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