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우정은 신뢰와 의리로 만들어진 성채지만
책 밖의 우정은 장난감처럼 가볍고
가난한 조연배우의 느닷없는 연기처럼 불성실하다.
책 속의 사랑은 영원하고 아름다운 트로피지만
책 밖의 사랑은 고아원 식탁처럼 누추하고
아이들의 인내처럼 짧고
시골교회의 저녁처럼 쓸쓸하다.
책 속의 가을은 서정과 결실로
엮인 벨벳무대지만
책 밖의 가을은 세월을 견디는 노쇠한 말들의 행렬처럼
고단하기만 하다.
책을 많이 읽지 않으리.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현 애틀랜타 문학회 총무
*글쓴이 노트
책을 신뢰하고 가까이 하던 젊었던 내가 그립다.
가을이 되니 책을 가까이 해야 하는 압박이 온다.
책속의 금과옥조를 걸러내고 내 맘속의 느낌을 포장없이 글로 옮기는 시절이 오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