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수필]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9-29 09:51:48

수필, 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텃밭엔 오이랑호박을 심어 놓고

들장미 울타리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이야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시인 노천명]

 

청새알같은 하늘빛이 고운 가실 추석을 맞아 함지박보다 큰 달이 밤하늘에 두둥실 떠오르는 밤, 시인 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이 돌산 옆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여왕보다 행복하다. 창밖엔 백 년 된 노송들이 푸른 하늘을 이고, 흰구름 흐르는 갈하늘 하나만으로도 지극한 행복 아니랴- 창 너머 뒤뜰에 푸른 초원이 저녁 놀에 물들면   윌리엄 워즈워드 ‘초원의 빛이여’ 학창 시절의 꿈 많은 소녀 시절로 돌아간다. 하늘에 무지개뜨면/내 가슴은 뛰노라/내 인생이 시작되었을 때 그랬고/지금 어른이 돼서도 그러하며/ 늙어서도 그리 하기를/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내 살아가는 나날이/자연에 대한 경외로 이어질 수 있다면(윌리엄 워즈 워드의 시)

시인은 아마 세상에서는 잊혀진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느끼며 사는 철없는 어린아이로 사는 부족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영원히 철이 안드는 아이처럼- 시 한 수에 마음을 빼앗긴 그 사람 ‘시인이란 인간의 본성을 지키는 바위같은 사람이다’. 우리 동네 애틀랜타는 지구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풍수지리학자들의 명인들의 동네라 온 미주에서 은퇴지로 꼽혔다. 그 시절 한인들이 500명이던 애틀랜타는 285가 2차선이었다. 가난한 미국의 흑인 노예들이나 살던 곳이었다. 행여! 어디서 한인들 누가 사는지 찾아보려 신문에 글을 실었다. 지금은 한인들이 많아서 만나면 눈길도 서로 주지 않는다. 미국 살면서 ‘무엇이 과연 미국 생활을 행복하게 하는가?’는 아주 간단하다. 내 이웃을 만나면 ‘웃으라, 감사하라, 무엇을 도와줄 수 있나’ 생각하면 행복하다. 나는 45년을 초등학교 앞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위해 대문에 사철 꽃을 심고, 호박 철이면 마당에 호박을 굴리고, 미국의 기념일에는 미국 국기를 올리고 함께 웃고 울었다. 그 초등학교가 이사를 갔다. 새로 지은 그 교정에 우리 가족 이름이 새겨진 돌의자를 선물했다. ‘사랑 한다’는 말을 새겨 넣었다. 그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내가 깨어났고 무지개를 사랑하는 동심에서 살 수가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아버지’ 그 감동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이 아름다운 애틀랜타에서 살면서 한인들이 ‘사랑 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기를 바란다. 청새알같은 하늘 가을 잎새들이 색깔을 금테를 두른 듯 찬란한 꽃 수레를 두른 갈날 누군들 시인이 아니랴 -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헬렌 켈러’는, 시각, 청각을 다 잃어버린 그녀는 ‘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글에서 “보지 못하는 나는 촉각만으로도 나무 잎새 하나 하나의 그 빛을 느낄 수가 있어--- 때로는 사흘만이라도 이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날은 내게 친절, 우정으로 내 삶을 찾아 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그리고 나를 일깨워준 그 수많은 책들을 내 눈으로 보고 싶다, 숲속을 거닐며 찬란한 그 노을빛을-- 그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내 눈으로 보고 싶다”고 썼다. 우린 사흘이 아니라, 화사한 갈 햇살, 갈 잎새들의 빛나는 황금빛을 마음껏 볼 수 있지 않는가. 부엉이가 우는 밤에도 별들이 쏟아지는 마당에 나가 내 좋은 사람과 밤 늦도록 사슴들이 밤을 헤매는 이 산골 이야기를 나누며 ‘여왕보다 행복하고 싶다’ 이름 없는 시골 여인이 되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Power of Attorney v. Trustee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전문가 칼럼] Power of Attorney v. Trustee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김인구 변호사 우선, 이 질문은 아주 정확한 질문은 아닙니다. 왜냐면 한 가지는 서류의 이름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직책의 이름이기 때문에, 두 개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신앙칼럼] 의와 칭의(Justice And Justification, 마Matt. 5: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마 5:6). 예수님은 목적이 이끄는 삶(Purpose-driven Li

[한자와 명언]  備 考 (비고)

*갖출 비(人-12, 5급) *생각할 고(老-6, 6급) “계획은 ○○가 없으면 실패하고, 사업은 ○○가 없으면 패망한다.” 공란에 적절한 말은? 먼저 ‘그 표의 비고란에 적어 놓

[조윤성의 하프타임] 패배의 고통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
[조윤성의 하프타임] 패배의 고통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

20세기 막바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세기말적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정치의 종교화’이다. 정치가 점차 합리적 판단과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 믿음과 맹신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삶과 생각] 위대한 미국인 장학재단(GASF)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31일 위대한 미국인 장학재단(박선근 이사장)은 제2회 장학생 모집과 선발에 관한 기자회견을 했다. 선발신청은 2024년 1

[시와 수필] 희망은 삶에서 누린 가장 멋진 축복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희망은 한마리 새영혼 위에 걸터 앉아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그칠 줄을 모른다. 모진 바람 속에서 더욱 달콤한 소리아무리 심한 폭풍도많은 이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흘러가는 세월이 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