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뉴스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미국뉴스 | 외부 칼럼 | 2021-09-29 08:49:22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한 사회의 높은 신분의 고위층 인사에게 사회적으로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를 지탱하는 커다란 힘으로 작용해 온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계층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 사회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유산은 차고도 넘친다. 한국 사회에 아픈 역사인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의 참전 용사 중 142명이 미군 장성의 아들들이었다. 정치계에선 제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은 많은 의무가 있다”(Much is given, much is required)라고 말해 사회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들의 높은 도덕적 의무를 강조했다. 경제계에서는 월마트 창업주 샘 월턴이 있다. 그는 유통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됐지만 자녀들에게는 가게에 나와 일한 만큼 용돈을 주고 자신도 낡은 트럭을 몰고 다녔다. 근검절약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부자들이 버는 것에 비해 납부한 세금 실적이 턱없이 낮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과는 거리가 먼 현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줬다.

지난 23일 백악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400대 부자 가구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실제로 납부한 연방 소득세율이 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소득세 최고구간의 세율인 37% 보다 낮은 수준이자 2018년 기준 미국인 전체의 세율인 13.2%보다도 크게 낮은 수치다.

400대 부자 가구가 분석 대상 9년간 무려 1조 8,000억달러의 소득을 올린 반면 대부분의 부자들이 소득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미국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프로퍼블리카’(Probublica)의 미국 부유층의 납세 회피에 대한 보도는 더욱 충격적이다. 연방 국세청(IRS) 자료를 근거로 미국 내 25명의 최상위 부자들의 자산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010억달러 불어났지만 이들 부자들이 낸 연방 소득세는 136억달러에 그쳐 3.4%의 실효세율에 그쳤다.

이에 반해 연간 소득이 7만달러인 미국의 중위 소득 가구는 매년 소득의 14%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부부합산 소득이 62만8,300달러 이상의 부부들은 37%의 최고 세율로 소득세를 내는 것과 비교하면 미국 내 상위 소득 계층들이 내는 소득세는 ‘새발의 피’다.

문제는 미국 부자들이 세금 회피에 사용하는 방법이 불법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급여를 받으면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로 바로 세금이 나간다. 반면 베이조스와 같은 억만장자들은 당장 임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 베이조스는 오랫동안 8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복귀시 1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구글의 래리 페이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같은 창업자들도 연봉을 적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 겸양처럼 보이지만 임금에 대한 높은 소득 세율을 피하고 대신 세율이 낮은 배당이나 주식 매각, 채권 또는 다른 투자 소득으로 대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급여를 받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이유다.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The Triumph of Injustice)를 지은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저크먼은 최상위 소득 계층의 합법적 ‘절세’로 인해 결국 다른 납세자의 부담이 된다고 비판하면서 그 대상은 원천징수를 당하고 있는 ‘유리지갑’의 월급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많은 비판에도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버티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었지만 지금은 온데 간데없고 빈부 격차가 벌이지는 ‘천민 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부자들이 수입이 늘어나면 그 효과가 사회 전반으로 떨어진다는 소위 ‘낙수효과’는 없었다며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아 ‘부자 증세’의 성공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

2000년 전 예수는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사라진 미국 최상위 부유층이 존재하는 한 예수의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 남상욱 경제부 차장대우 >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생명의 은인
[내 마음의 시] 생명의 은인

박달 강 희종 (애틀란타문학회 총무) 사랑해요 여인같은아카시아 나무 전에는붉은 장미 속에서 선물을 넘치게  백합 꽃 향기진주 목걸이다이아몬드 반지 강물같은 그대호수같은  세월동안 

[애틀랜타 칼럼]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의미

이용희 목사 추수감사절은(Thanksgiving Day)은 1년 동안 추수한 것에 대해 가을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개신교(기독교)의 기념일이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