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 애티카에는 맥시멈 시큐리티 교도소가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교도소 폭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40여년 전 영화로도 되어 나왔다. 흑인 배우 모간 프리먼 등이 출연했다. 이 폭동으로 43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소자 33명에다 교도관과 민간인 사망자10명도 포함돼 있다. 이번 9월은 9.11 테러 20주년일뿐 아니라 애티카 교도소 폭동 50주년이기도 하다.
반세기 전 교도소 폭동이 새삼 조명받고 있는 것은 이 사건이 갖고 있는 현재성 때문이다. 당시 재소자들이 교도관들을 인질로 붙잡고 요구한 것은 재소자의 권리 보장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와 음식공급 개선, 접견 권리 확대, 불결한 위생 개선, 교도관의 잔혹행위 중단 등이었다. 참혹한 교훈을 겪었으나 미국의 교도소 문제는 여전하다. 세월이 지나고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오히려 더 악화된 부분도 있다.
텍사스대학 등 5개 대학의 범죄학 교수들로 구성된 한 조사팀은 교도소의 당면과제 중 하나로 재소자의 고령화를 꼽는다. 2030년이 되면 55세이상 재소자가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하게 되리라고 한다. 재소자 고령화는 새로운 부담이다. 한 예로 앞으로 10년내 21만명에 이르는 고령 재소자들이 치매 환자가 될 전망이다. 의료비용은 물론 납세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치매 환자를 계속 구금하는 것도 문제다. 인간의 존엄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잔혹한 형벌을 금하고 있는 수정헌법 8조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어떤 벌을 받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형 생활을 계속하게 하는 것은 잔혹할 뿐 아니라 의미도 없다는 지적이다.
재소자의 고령화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발표된 연방 법무부 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전국 364개 교도소의 재소자 2만5,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4분의1은 지적 장애, 발달 장애, 인지 장애로 판명됐다. 미 전체 교도소로 치면 55만여명의 재소자가 각종 정신 장애 상태인 것으로 추산됐다.
한 전문가는 “장애인 재소자는 더 긴 형기를 선고받을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이들은 같은 재소자나 교도관들로부터 착취나 학대를 당할 위험도 크다. 한 증언에 따르면 “인쇄물은 전혀 읽지 않고 TV만 보는 재소자들이 착취 대상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고 한다. 지적 능력이 모자라는 장애인 수감자가 교도관의 몸종, 심하게 말하면 개처럼 취급당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장애인들은 지시 사항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린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 되면 이같은 현상이 더 강해져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 수형 생활 중에 각종 제재를 받는 일이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조사에 의하면 심각한 정신장애가 있는 수감자 4,000명이상이 벌칙으로 독방에 수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교도관의 잔혹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법무당국의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2016년 128개 연방 및 각 주 교도소에서 사건사고로 숨진 수감자는 128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죽음이 재소자 간의 폭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교도관이 관련된 것인지 구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찰 폭력처럼 교도소 안에서도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과밀화에다 교도관 인력도 부족해지면서 무질서하고 혼란한 교도소내 폭력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팬데믹이 덮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코로나의 교도소내 감염이 확산되면서 위생상태와 환기가 좋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 하루 종일 수감돼 있는 재소자들의 희생은 컸다. 감염 우려를 이유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곳도 있다. 텍사스 주 교도소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1년여간 팬데믹을 이유로 면회가 전면 금지됐다. “재소자들은 구금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고문당하고 있다”고 가족들은 주장한다.
팬데믹으로 다들 어렵지만 이 중에서 교도소는 더 어려운 곳이다. 이런 곳에 있거나, 가족을 두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려울 때는 더 낮은 곳을 생각하는 것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지혜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