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화(애틀랜타 문학회 회원·수필가·LPGA Alumni 티칭프로)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 식구 같은 애완견이 암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험도 안 되고 수술비용이 너무 커서 고심을 한다. 개도 암에 걸리면 사람처럼 키모테라피를 받고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개의 역사를 살펴보고 왜 개의 종류가 몇 백 종이나 되는지 알아보았다.
개는 인간에게 필요한 동물이었다. 재산을 보호해주고 사냥도 돕고 위험한 상황에서 신변을 지켜주었다. 그래서 인간은 더욱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개를 개량해 왔다. 계획적인 교배로 목적에 맞는 체형과 성품을 가진 견종을 만들었다. 목양견, 사냥견, 군용견, 애완견이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톱10 견의 리스트도 있다. 웃어야 할지 난감하다. 인간의 욕심이 키운 품종의 다양화로 폐해도 심각하다. 개체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무분별한 번식과 근친 번식 등을 통해 생겨난 유전병과 심각한 돌연변이가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멍구, 똥개, 발발이, 이름도 품종도 모르던 개놈들이 사라진 것 같다.
인간의 명석한 두뇌로 세상은 무섭게 변화되고 있다. 진화하고 진보하여 삶의 질이 나아지고 그래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힘들게 노동을 해야 하는 작업과 목숨에 위협이 될 상황이나 아니면 비싼 인건비를 낮출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의 등장은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 속에 담긴 모든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해독하는 게놈 기술 발전으로 자신이 질병에 걸릴 확률과 시기까지도 알 수 있어 미리 예방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박종화 박사는 1998부터 미국 하버드 조지 처치 교수와 연구를 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물론 아내와 아이들의 유전자 검사로 사전에 마음의 준비도 하고 예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도 게놈 검사를 받고 가족적 유전인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약물치료와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 유전자를 분석해서 체외 수정을 하고 정자와 난자를 수정 시켜 가장 건강한 배아를 선택해 아이를 낳아 유전병을 미리 제거했다는 평범한 시민도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족병력인 난치병을 근절시켰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달은 반면에 커다란 위험성도 있다. 신기술의 차용과 남용으로 자연법칙을 파괴하려는 오만함이 있다. 유전자의 선택과 조작으로 외모는 물론이고 우월한 인간 만들기, 천재 유전자 찾기 등 생명윤리에 어긋나는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전자 차별금지 법안과 국제기구에서도 제재하고 있다고 하지만 윤리적 양심 없이 마구 악용하는 인간들이 있음을 깊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요즘 마트에 가면 토마토가 가지각색으로 나와 포장되어 있다. 신기하여 집어 들었다가 유전자조작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놓고 온다. 전에는 볼 수도 없었던 상상하기 어려운 크기의 고구마라든지, 블루베리 등등 하나둘 주변에 이상한 상품들이 늘고 있다. 인간도 흑인, 백인, 황인에서 무지개 색깔의 인종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나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내가 내 앞에 나타나서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끔찍한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