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1992년 6월 미용재료 판매상을 경영하는 소매상인들이 모여 뷰티서플라이 협회를 창립했다. 동기는 대형 미용재료 도매상인 S 상사와 K 상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직영 소매 상점에서 상도의가 어긋나게 염가 판매를 강행하기 때문에 약자인 소매상들이 사업상 불이익을 당해 원성이 높아졌다. 나도 미용재료를 판매하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어 그들의 상행위를 비판하고 규탄하는 글을 주간 동남부에 기고했다. 그 칼럼 때문에 S 도매상으로부터 물건을 구입할 수 없는 수모와 피해를 당했다. 평상시와 같이 S 도매상에 가 물건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고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왔어도 물건을 사가지고 가는데 내 물건이 안 나와 직원에게 물으니 내가 주문한 물건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물건을 사 가지고 가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지니 또 다른 직원이 사실은 사장님께는 물건을 팔지 말라는 회사의 지시라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상식 이하의 횡포다. 단골 손님을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물건 공급을 불허한다니 몰상식한 상행위라 항의를하고 책임자를 면담하려고 해도 자리에 없다고 거짓말을 하니 어쩔 수가 없다. 같은 동포끼리 법적인 투쟁을 할 수도 없다. 그 당시 주간 동남부에 기고한 글을 일부 소개한다.
권명오 칼럼 / “무이다매 자신까지 망쳐”
박라다매 상술로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상식적인 상도의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고객에게 피해를 주고 독야청청하려는 무도한 상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소매상들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공급해주고 이익을 남기는 직업이다. 그런데 도매상들이 고객들에게 2불 씩 판 물건을 자사 직영 분점에서는 1불85전에 팔고있다. 도대체 무슨 X같은 상행위인가. 2불씩 물건을 사간 소매상들은 10전 씩 손해를 보고 장사를 하라는 것인지, 그만 두라는 것인지 기가 찰 노릇이다. S 와 K 두 도매상에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소매상들이 위기에 처하고 앞날이 막막해졌다. 왜 미국까지 와서 서로 싸우며 불신하고 질시하고 죽기살기 경쟁을 해야 하는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전근대적인 가격경쟁을 하면서 너 죽고 나만 잘 살자는 행위는 백해무익한 공멸의 길이다. 독자적인 상품 개발과 상술 개발이 중요한 과제일뿐 상대를 죽이고 성공하려는 무모하고 무지한 상술은 망술이다. 어찌 됐든 장사란 적당한 이윤을 위해 전력을 다하면서 소비와 공급의 유통 과정을 슬기롭게 연결시키는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삶의 정도인 것이다. S 와 K 도매상은 건전한 상도의를 재인식하고 동포 미용재료 상인들과 함께 상부상조할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을 선택하기 바란다”라고 쓴 칼럼으로 인해 뷰티서플라이 협회가 창립하게 된 동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