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지(아름다운 행복·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그리나는 내 예쁜 손녀입니다. 얼굴과 두 눈은 동그랗고 입은 빨간 앵두 같고 귀는 토끼보다 더 귀여운 울보 손녀입니다. 회사에 출근하는 며느리와 집에 남은 손녀에게 아침 7시40분은 이별의 시간입니다. “그리나, 엄마 회사 다녀올게. 할머니랑 잘 놀고 말 잘 듣고 있어” 하며 등을 돌려 집을 나서는 엄마를 향해 사이렌 울 듯 엉엉 울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손녀를 안아주는 내 가슴이 멍멍해집니다.
한동안 “엄마 엄마 가지마” 하면서 엄마의 체온과 냄새가 베인 잠옷을 꼬옥 품에 앉고 있던 그리나가 이제는 뚝 했다며 할머니를 힘없이 부릅니다. 아침의 이별과 저녁의 만남이 매일같이 이어지는 것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기다림을 배우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3살짜리 그리나는 엄마가 오는 버스 시간을 볼 줄 압니다. 큰 바늘이 12를, 작은 바늘이 6을 가리키면 버스 정류장으로 엄마를 마중 나갈 채비를 합니다. 세수하고, 머리 빗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에는 웃음꽃을 피우며 할머니 손을 꼭 붙잡고 빨리 가자며 재촉합니다. 우리 둘의 발걸음이 곧 만날 엄마를 기대하며 발걸음이 날 듯 사뿐하고, 드디어 6시15분, 그리나는 “할머니, 엄마 버스다!” 소리치면서 깡충깡충 뜁니다. 날마다 만나는 만남인데 두 모녀의 상봉은 참 눈물겹고 아름답습니다. 두 손을 꼬옥 잡은 두 모녀는 행복하게 집을 향합니다.
할머니 손에는 좀전까지 잡고 있던 고사리 손의 온기가 전해져 옵니다. 마음이 괜시리 좀 섭섭하지만 오늘도 손녀와 함께한 행복했던 하루를 감사하며 두 모녀의 뒤를 따라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