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 李寧熙
겸허히 숟가락을 들면 이 작은 도구가 내 몸을
공양하느라 퍼 올린 밥이 내가 묻힐 밥 무덤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죽을 때까지 밥을 퍼 나르느라 수고하는 고마운
밥숟가락, 매일 나를 조금씩 파묻기 위해
흙을 퍼 나르는 삽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공손하게 숟가락이 끼니마다 나를 깨우친다
날마다 먹는 선하고 귀한 음식에도 목숨을 노리는
비수(匕)가 숨어 있다고
숟가락 : 시 (匙)
이영희
-노스캐롤라이나 거주
-문학저널 신인 등단
-재미수필 수필 당선
-경희대학 해외동포 문학 시 수상
-에피포도 예술문학 시 수상
-문화 칼럼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