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수필] 부치지 않는 편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9-08 11:46:42

수필, 박경자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속으로 무덤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시인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를 읽다가  묻어둔 세월속에 나의 사연이 떠올라 가슴이 무너진다. 잊고 살아온 줄 알았는데-- 가끔은 지나온 나의 삶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나 혼자 실컷 울고  싶은 날이 많았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의 광주 학살 사건은 ‘산을 입에 물고 나는  작은 새여--’ 돌아 갈수 없는  내 사랑 내 조국을 떠나  지금까지 ‘부치지 않는 편지’로 내 가슴에 남아 있다. 1980년 그날 밤  광주 학살 사건, 죽은 시신을 개 끌고 가듯 손을 묶어 끌고 다닌 광주 학살의 현장을 목격하고 난 무릎을 꿇고 한없이 울었다. 나의 광주여고 1학년 시절 4.19를 맞아 학교 교정 변소에 숨어 한밤을 보냈던  나의 피가 끓는 광주, 그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고 과연 저곳이  나의 조국인가-- 무섭고도 잔인한 독재의 군부가 죄없는 학생을, 시민을 무차별 사살하고 버려진 시체를 가마니로 덥고  죽어간 학생들, 시민들 그것은 나의 죽음이기도 했다. 죽은 자식을 안고,  깊은 울음을 울 수도 없는 무서운 전두환 정권. 군부에 끌려가면  밤새 고문을 받고 병신이 되어 돌아오거나 죽은 시신으로 버려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눈물의 새는 작은 부리로 산을 물고 한의 죽음을 맞이했다. 차마 아들 유해를 가루로 뿌리며 “애야 잘가거라, 아버지는 할 말이 없다”  그 비통한  아버지의 목소리,  그 한맺힌  목소리를 지금 살아서 듣고 있는가--- 지금도 홀로   살아 남아 무엇을 참회하며 백담사를 찾았는지  모르지만 -- 맑은 산의 정기 마저 흐려놓고 말았을  잔인한  사람들--- 지금도 본질적인 잔인무도한 인간성 그 마음은  달라질 리 없다 .

그 시절 외교관으로  근무 전 남편은 사표를 고국에 보내고 산도 설고 물도 다른  미국의  남녘 땅  아틀란타에 숨어 살게 되었다. 그 시절엔 외교관이 현지에 숨어 살면 정보부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10여 년을 고국에는 ‘부치지 않는 편지’ 나 혼자 만의  설움이 얼마나 많았던가 --

작은 입으로 ‘산을 입에 물고 사는 새여!’  10여 년을 고국에는  편지 한 장 보낼 수 없어 , 나의 어머니는 ‘우리 딸은 어디서 죽었나 보다’ 눈물의 한의 세월을 사셨다.

흑인 시장에서 17년을 작은 간이 식당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이어 갔고 남편은 고학으로 고등고시를  합격하여 조국을 위해 몸바쳐 일하려던  그의 꿈도 사라지고 흑인 시장에서 수많은 접시를 닦아야했다. ‘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달릴수 있나’ 그의 생애 물음표를  남기고 몇 년 전 생을 달리하고 말았다.

내 생의 한많은 울음을 실컷 울 수있는 방 하나, 하이웨이 78번  목화가 만발한 빈 뜰에서 ‘부치지 않는  편지’를  두고 온 내사랑, 내 조국에 어느날  바람처럼 사라진 잊혀진 옛 친구의 쓰다 만 편지를 바람속에 띄운다.

텅 빈  들녘

아무도 없다

아무도 듣는 이도 없다

울어라!

소리쳐 울어라!

영혼 깊숙이 숨기어둔

그 울음을 울어라

하늘과 땅은 한 마음 되어 흐르고

어느 날 한 줌의 흙이 되어

천 년의  바람 되어

온 우주의 혼을 보듬고

어느 날 한 줌의 흙이 되리니

하늘 흐르는 구름 한 조각

겸허히 섬기는 마음 하나

쓰다 만 편지를 바람에 띄운다

나를  품어 다오

내 사랑, 내 조국아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칼럼]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마음

이용희 목사 “나의 실패에 책임질 사람은 나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다. 나 자신이 바로 나의 큰 적이요, 비참한 운명의 원인이다.” 이 말은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있던 프랑스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요즈음 케이 팝과 한국의 민요인 아리랑 그리고 구곡간장을 녹이는 판소리를 배우고 싶어하는 10대 20대의 젊은 외국인들이 대단히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온

[법률칼럼] DACA, 2026년 현재와 미래… 드리머들의 선택은 무엇인가

케빈 김 법무사 2012년 시작된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는 미국에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입국한 서류미비 청년들에게 추방을

[행복한 아침]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들

김 정자(시인 수필가)   하루 일상의 시작은 식사준비에서 시작된다. 매일 설거지하고 치우고 닦기를 번복해도 그리 표시가 나지 않는데 며칠만 손을 놓으면 당장 뒤죽박죽에 난장판 일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초여름인 6월의 날씨는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싱그럽다.빗물 머금은 풋풋한 신록의 나무 잎새는 부드러운 바람결에 하늘거리고 있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대대적인 디지털 대전환 선언: 사회보장국(SSA)의 운영 혁신과 은퇴자 가이드종이 없는 모바일 SSN 도입, 24시간 디지털 서류 제출 등 대고객 서비스 개편 총정리 천경태 (금융

[신앙칼럼] 폭염의 향성: 솔라 피데(Tropism in the Sweltering Heat: Sola Fide, 마태복음Matthew 26:3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믿음의 향성(Tropism of Faith)프랑스 작가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는 자극에 끌려 미세하게 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나무들

조이스 킬머 나는 결코 볼 수 없으리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굶주린 입으로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잎새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한미우호협회(회장 박선근, 이사장 프랭크 브레이크)가 주최한 한국전 기념 및 헌화 행사가 지난 7월 24일 엄숙히 거행됐다.1992년부

[수필] 뒷짐 진 삶에게 던지는 질문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평소 같으면 골프를 치고 돌아와 가방만 슬쩍 던져놓고는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던 과묵한 남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현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