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숙(꽃 길 걷는 여인·쥬위시 타워 보석줍기 회원)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이 가을이 다가옴을 알리듯 콧가에 깊어지는 국화 향기가 스쳐간다. 올 가을 풍경 드라마는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며 그려본다. 세상은 코비드19라는 전염병의 두려움 속에서 어지럽지만 올 가을도 아름답고 고운 빛깔로 갈아입은 아낙네의 치마처럼 다가오겠지. 이른 아침 이슬맺힌 풀밭 사이로 가을 재촉하는 귀뚜라미 우는 소리에 정겨움과 설레는 마음을 빨간 고추잠자리에게 전하고 싶다. 옛 고향의 높고 맑은 하늘에 둥둥 떠있는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태양빛은 만물을 삼킬 듯 뜨거워 초가지붕 위에 둥그런 호박과 박이 익어가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밤송이가 바람결에 흔들리고, 넒은 황금빛 들판에는 노랑물을 쏟아부어 놓은 듯 짙어져 검붉은 저녁노을과 더불어 타오르는 그 빛이 가슴 속과 머리 속에 그림이 새겨져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 바람결에 갈대와 코스모스꽃이 맞대어 흔들거리고 처녀들의 가슴은 터질 듯 들떠 화려한 가을 등불은 더욱 타오른다. 온 들녘에는 보라색 들국화 향기가 퍼붓고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은 나뭇잎을 빨강, 노랑색으로 태워가며 물들이겠지. 초등학교 시절 물통 매고 친구 손잡고 즐겁게 가을 소풍 가던 생각에 슬며시 미소지어본다.
한동안 잊었던 소꿉친구들은 어디서 무엇하고 있을까? 지금은 머리가 희끗희끗하여 손주들과 씨름하고 있겠지? 아마도 이 세상에 없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다가올 가을에는 곱고 아름다운 단풍으로 잊었던 그리운 소꿉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