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주 (멋진 인생·쥬위시 타워 보석줍기 회원)
엄마는 시집와서 하나님을 알게 되었다. 우리 할머니는 그 옛날, 아마도 조선 팔도에 복음이 전해지던 조선 말 경에 예수를 당신의 주인으로 모시고 열심을 다해 믿음 생활을 하셨다.
아쉽게도 우리들은 할머니가 예수를 영접한 후 믿음을 지키기 위해 받았던 여러 어려움들을 알지 못한다. 그저 우리 남매들의 기억 속에는 어릴적 할머니가 저녁마다 온 식구들을 모아 놓고 가정 예배를 인도하신 모습과 할머니가 보여주신 몇 가지 일화만 남아있다.
가정 예배 중 할머니의 기도가 어찌나 길던지 나와 동생은 기도 중간에 그냥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고 그런 우리를 언니가 안아 잠자리로 옮기곤 하였다.
할머니가 즐겨 부르던 찬송가는 “예수 사랑 하심은”과 “복의 근원 강림하사”이다. 예배 때마다 귀에 딱지가 내리도록 불렀던 찬양인데, 웬일인지 나도 애들 키우면서 저 찬양들을 즐겨 불렀다.
가끔씩 할머니는 기도 친구들과 산 기도 가신다고 국방색 담요와 두꺼운 솜 옷을 챙겨 며칠씩 집을 비우기도 하셨는데, 그 당시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삼각산에 짐승들도 많아서 담요를 뒤집어 쓰고 기도 하다 보면 호랑이 같은 큰 짐승이 툭툭 건드리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할머니는 성경이야기를 옛날이야기같이 재미있고 구수하게 들려 주셨다. 성경 말씀도 외우게 하셔서 요한 복음 3장 16절은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외운 성경 말씀이다.
할머니는 하늘나라에 입고 갈 본인의 수의를 직접 수를 놓아 준비했는데, 십자가를 수놓은 수의와 관보를 벽장 속에 넣어 두고 가끔 꺼내어 보시곤 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즐거워하셨던 모습이 나에게는 무척 신기했다. 할머니께서는 내가 중학교 입학할 때인 1962년에 79세로 바라던 하늘 나라로 돌아 가셨다.
그로부터 20여년 후에 온 가족들이 함께 유관순 기념관을 방문 한 적이 있는데, 어떤 경로를 지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할머니가 손으로 쓴 성경이 그 곳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엄마는 시어머니의 신앙을 이어받아 젊은 시절부터 교회 중심으로 기도와 봉사에 열심을 다 하였다. 할머니처럼 엄마도 성경 전체를 손으로 다 써서 오빠 집에 가보로 보관했는데, 다니시던 교회 창립 기념 50주년 때 교회에 기증하였다.
우리 남매들도 할머니와 엄마의 신앙을 이어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믿음 생활을 잘하고 있다. 아들 3형제는 모두 한 교회에서 장로, 권사로 섬기고 딸들도 믿음의 가정들을 이루어 우리 7 남매의 믿음의 뿌리는 이제 5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 가정이 미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10여년 동안 7남매 가정들이 여름 휴가를 함께 다녔는데, 모일 때마다 모두 한 소리로 할머니와 엄마의 기도 덕에 다들 잘 산다고 이야기 한다. 엄마는 99세까지 건강하게 신앙의 본을 보이다가 며칠 아프시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우리 7남매 가정들 또한 할머니와 엄마의 신앙을 따라 대대로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건히 서 가는 가정들로 주님과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