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보석줍기] 아버지와 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7-27 14:14:59

보석줍기,쥬위시타워,김성희,아버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13살 여름방학 때 일이다. 태양이 아침부터 열을 뿜어내는 무더운 날, 아버지와 나는 삼사십 리 되는 길을 걷고 또 걸어 여름을 밟으며 터벅터벅 볼 일을 마치고 집을 향하여 가는 길이다. 가만 있어도 땀이 도랑을 타고 흐르는 날, 우리는 먼지를 일으키는 길을 걷다가 좁다란 논둑 길을 따라 걷고, 자갈 길을 지나고 풀 속 길을 거쳐 먼 길을 걸었다. 마침 우거진 숲 속 길을 들어서니 풀벌레며 새들의 노래 소리가 어우러져 들려오고, 실바람은 꽃 향기, 풀 내음을 가득 안고 솔솔 불어와 우리를 맞아주어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 그 바람을 안아주었다. 

흠뻑 젖은 땀을 훔치면서 시냇물에 손 발을 담그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초록빛 파란 물에 두 손을 담그면……”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 속에 고물 고물 다슬기가 모여 있다. 아버지는 얼른 런닝 셔츠를 벗어 자루를 만든다. 다슬기가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엄마에게 좋은 약이 될 거라며 아버지는 열심히 다슬기를 잡아 자루에 넣는다. 엄마한테 좋다는 말에 나도 신나게 노래하며 다슬기를 잡는다. 다슬기 한 자루를 채워 집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엄마는 신경통으로 자주 아파한다. 이 약 저 약을 써보아도 효력이 없다. 이런 엄마를 걱정하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던 아버지가 방울방울 물 떨어지는 다슬기 자루를 엄마에게 건네준다. 어서 끓여 마시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 아버지가 정말 멋져 보였다.

아버지를 따라 사업지를 돌다 보면, 가는 곳마다 아버지를 반가와하며 좋아한다. 그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속마음 때문인가 보다.

함께 먼 길을 걷는 여행길에 아버지가 들려 주던 성경 이야기, 역사 이야기, 위대한 인물들의 행적 이야기 그리고 항상 하나님께 지혜 구하기를 잊지 말라던 말씀들은 지금까지도 귓가에 생생하다. 여름이면 땀 흘리는 나에게 부채질로, 겨울이면 언 손 호호 불어 녹여주며 걸음을 재촉하던 아버지와 나눈 시간들은 내 가슴속에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 세상 떠날 때도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내 손을 꼬옥 잡아 주셨던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나의 아버지이다. 그리운 아버지.

 

 

[보석줍기] 아버지와 딸
[보석줍기] 아버지와 딸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세입자가 다쳤을 때, 집주인은 어디까지 책임질까?

[애틀랜타 칼럼] 자기 만족에 가치를

이용희 목사 찰스 스웹의 주물 공장은 언제나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공장 시설도 뛰어났고 유능한 공장장을 채용했지만, 이상하게 생산 실적 자체가 극히 저조했습니다. 그는 공장장을

[전문가 칼럼] 노년층이 반드시 알아야 할 메디케어 사기: 일상 속 실제 경고 신호

전국 아시아 태평양 노인센터 (National Asia Pacific Center on Aging, NAPCA) 메디케어 사기는 명세서에 찍힌 낯선 금액, 한 통의 전화, 혹은 주

[법률칼럼] 9월 이민법 대전환, 낡은 서류 한 장과 성급한 출국이 운명을 가른다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행정이 9월 중순을 기점으로 빠르게 바뀐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신청서의 날짜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취업허가와 체류신분 신청 양식이 동시에 교체되고,

[행복한 아침] 게으름 변명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든 어르신들 모임에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 한 분이 합류를 하게 되었다. 여든도 한참 접어든 연세 신데 완벽에 가까운 메이커 업에 화사한 옷에 귀걸이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신실한 삶의 모습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신실한 삶의 모습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이 듦의 현실에서 냉철한 사고의 체계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균형을 지녀야 하리라.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3)

18세 자녀의 쇼셜시큐리티 혜택 연장과 학생 재학 보고(SSA-1372-BK) 가이드18세 도달 시 연금 중단 방지법, 풀타임 고등학생 자격 유지 및 학교 인증 절차 총정리 천경태

[신앙칼럼] 카르페 디엠의 피상성 (Superficiality of Carpe Diem, 로마서Romans 8:2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윤동주는 그의 시 〈소낙비〉에서 '카르페 디엠의 피상성(Superficiality of Carpe Diem)'에 관한 시대정신을 단 몇

[시와 수필] 숙명여대 조지아 동문회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50년 전 꽃 같던 우리가 어느덧 80대 할머니가 되었다. 숙명여대 동문회를 돌아보며 그간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다 혼자 울음을 터뜨렸다.

[삶과 생각] 九 死 一 生 (구사 일생)
[삶과 생각] 九 死 一 生 (구사 일생)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떤 사람은 한평생을 비교적 편히 살다 가는 행운이 있고 어떤 사람은 파란만장하고 험한 가시밭길을 헤쳐가며 살다 가는 불행이 있다. 인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