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민경훈의 논단] 자유의 한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7-27 10:10:23

민경훈,논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조기 교육의 선구자를 들라면 스코틀랜드 출신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제임스 밀이 첫 손가락으로 꼽힐 것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유명한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덤 추종자였던 그는 아들 존 스튜어트 밀을 벤덤의 후계자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어려서부터 다른 아이들과 놀지 못하게 하고 3살 때부터 그리스 말을 가르친다.

 

그 결과 아들 밀은 8살 때 이솝 동화와 헤로도투스의 ‘역사’를 원어로 읽게 된다. 아버지 밀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 때부터 라틴어를 가르치며 아들 밀은10대 초반에는 논리학과 경제학을 배워 당대의 석학들과도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춘다.

 

그러나 이런 조기 교육이 J S 밀을 행복하게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20살 때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며 자신과 아버지의 일생일대 목표인 ‘정의로운 사회가 수립되면 나는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에 대한 정직한 대답은 ‘아니다’였고 그는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한다. 그를 구해준 것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 워즈워드의 시였다. 그는 그의 시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배웠고 다시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밀은 논리학과 여권 운동, 노예 해방 운동 등 각 분야에 걸쳐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의 이름을 후세에 빛나게 한 것은 ‘자유론’(On Liberty)이다. 개인주의와 고전적 자유주의의 기본 원리를 밝힌 이 책에서 밀은 공동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한 권력 행사가 정당화 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타인에 대한 해악을 예방하기 위할 때”라며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유는 타인을 해치지 않는 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이 나온 지 16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밀이 여기서 밝힌 자유와 권력과의 관계는 자유 민주 사회의 기본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확산과 함께 사회는 개인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백신 접종 거부자는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를 내세우며 국가는 개인에게 접종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백신 의무화론자들은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이를 옮길 위험이 있는 만큼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정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의무론자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텍사스 연방 지법은 휴스턴 감리교 병원 간호사 등이 병원측을 상대로 백신 의무화 규정이 불법이라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이 소송을 담당한 판사는 백신 접종 의무화는 직원과 환자, 그 가족을 더 안전하게 하려는 조치라며 “환자를 돌봐야 하는 공공의 이익은 백신 접종권 선택의 이익보다 크다”고 판시했다. 이 병원 직원들은 병원측이 백신 거부자 170여명에게 2주간 정직 처분을 내리고 끝내 이를 거부할 경우 해고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판결은 백신 접종을 강제할 권한이 있느냐에 관한 미국내 첫 판결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이번 주 프랑스 의회는 일부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 백신 여권 제도 시행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극장, 헬스장, 식당 등 공공 시설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파리를 비롯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백신 접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며 11만 명이 시위를 벌였음에도 프랑스 의회는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등이 비슷한 제도 마련을 수립하고 있어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은 여행은 물론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백신 앨러지나 기저 질환이 있어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권을 달라는 사람들의 주장이 전혀 무리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확산세를 막기 위해 백신 접종자를 늘리는 것이 긴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동료 등 주위 사람 건강에도 잠재적 위협 요소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를 목놓아 외치기 전에 자유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밀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병역법 위반 고발로 여권이 막혔다, 그래도 현지에서 풀린 이유

케빈 김 법무사 “여권 연장만 하러 왔는데, 발급이 안 된다고요?” 미국 서부에 체류 중이던 30대 초반 A씨는 재외공관 창구에서 이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효기간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9] 등을 내준다는 것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9] 등을 내준다는 것

정국희 어부바 하고 등 내밀면좋아라 업히는 아이를 생각하다가단풍잎 같은 세 살 이쁜 손 어깨위에 얹히면몸에서 풍금 소리 퍼지는 걸 생각하다가다른 말로는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어부바

[행복한 아침] 시간의 무늬

김 정자(시인 수필가)       12월도 겨우 열흘 남짓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12월은 우리에게 무엇으로 오는가’라는 질문 을 비켜설 수 없는 세밑이라 시간 유속을 유독 유난

[신앙칼럼] 대왕별의 언약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The Covenant of The King Star and The Birth of Jesus Christ, 미가Micah 5: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영원에 있느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내면의 튼실함의 회복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내면의 튼실함의 회복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일론 머스크”는 ‘한국 국민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지금의 한국은 국가나 개인이나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다는

[삶과 생각] 2025년 12월 18일
[삶과 생각] 2025년 12월 18일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12월은 1년 365일이 마지막 카운트다운 되는 달이다. 어느 누구나 일년에 한 번씩 겪게 되는 순간이라 지난날을 돌아보며 못다한 꿈을

[시와 수필] 가짜는 없다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아침 일찍 사위 메튜가 왔다. “굿모닝~오늘 내가 청소 지휘자이다. 조금 있으면 카펜터가 온다,” 하더니 부엌에 들어가

[수필]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수필]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미용실에서 우연히 옆자리의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짧게 자른 은발 파마머리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할머니였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은퇴 후 건강 악화 시, 메디케어 플랜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은퇴 후 건강 악화 시, 메디케어 플랜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최선호 보험전문인  은퇴 후 큰 걱정 중 하나는 바로 건강의 변화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이 생기거나,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의료서비스 이용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메디케어 플랜이

[애틀랜타칼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

이용희 목사 사회 생활이란 곧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만남과 대화의 자리란 자석의 플러스극과 마이너스극이 어울리듯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마음 가짐이 있어야만 합니다. 플러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