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안에서 본받을 만한 겸손의 표상으로 여겨왔던 분이 계신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시며 말씀도 조용조용 하신다. 겸손의 참뜻을 그대로 보여주시는 분이시다. 알고있는 만큼 주위에 알려야하고 존재감을 내세워야하고 과시해야하는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으신 분으로 먼 발치에서 뵙게될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되는 등대같으신 분이시다. 뵐 때마다 깊은 울림의 겸손 교향곡이 연상되는 심포니가 배경 음악처럼 흐르고 있다. 한데 마음 아픈건 이렇듯 겸손의 본을 보이시는 분에게 함부로 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불쾌한 표현 앞에서도 묵묵한 미소로 응답하시는 분이신데 폄하하는 행위를 거침없이 노골적으로 자드락거리는, 비인격적인 공격적 태도로 들이대며 업신여기는 언행과 맞닥뜨릴 때면 겸손함을 존대할 줄 아는 격의있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마음과 생각의 겸손이 배어있는 사람이 희귀해지는 금세기의 현상이 슬프다. 배려하고 스스로 낮추려하는 마음이라면, 세상은 얼마든지 아름다운 겸손의 향내로 가득할 것인데.
일상 중에 과연 얼마나 겸손의 깊은 울림으로 상대를 대해왔는가. 날마다의 하루들을 돌아보노라면 겸손 농도를 바라보는 시력이 생겨날 것이라 믿는다. 두드러져야하고 앞장서야 하는 마음 또한 잠재워질 것이요 예수님 그림자라도 만질 수 있을 만큼의 여린 울림부터 몸소 축적해갈 수 있을 것이다. 겸손의 깊은 울림이 준비된 자는 주위에 편안 함을 베풀뿐 아니라 불평없이 헌신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주위에 폐해를 끼치는 일이 없다. 정의롭고 올곧게 순탄하게 모든 일을 진행시킨다. 어쩌면 행복을 익히 품고 누릴줄 알기에 겸손이 꽃피워지는 것이리라. 들꽃이 낮은 자리에서 피는 이유를 알 듯도 하다. 꽃을 보기 위해선 몸을 숙여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서 삶의 도리와 순리까지 깨닫게 해준다. 인생길 또한 숨가쁜 오르막일땐 주변을 살필 여유를 얻지 못하다가 내리막 길에서야 여유로운 풍경을 발견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스침까지도 겸손의 범주에 놓아두고 싶다.
주변으로부터 사랑받는 분들을 돌아보면 겸손을 배제할 수 없음을 보아왔던 터이다. 버릴 것은 마땅히 버리고 사랑할 것은 마땅히 사랑하며 슬픔을 당한 사람과 함께 울어주며 괴로운일 앞에서도 함께 아파한다. 리더 자리에 섰을 때도 교만하지 않으며, 대중의 뒤에 숨어 사람의 흠집을 내는 따위의 비굴을 범하지 않는다. 겸손이 몸에 배어있음을 부러워한 나머지 곁에서 맴돌게 되더라는 것이다. 겸손의 깊은 울림을 지닌 분들은 자신보다 상대를 낫게 여기는 겸손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반면 의외로 겸손에 익숙치 않은 분들은 필요에 의한 동기에 충실한, 목적이 있는 겸손이라서 향내가 없기도 하거니와 보기에도 안쓰럽다. 온전한 겸손과 삐에로적인 겸손이 어우러지면 불협화음의 잡음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될 수 밖에 없다. 삐에로 분장 또한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서 분장을 지운 모습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겸손은 최저 한계나 최상의 한계로 가늠할 수 없는 것이요, 겸손을 타고난 천성의 한계라는 표현으로 겸손을 비견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금물이라 못박고 싶다. 기계 공품처럼 길이나 부피를 가늠할 수도 없는 일이라 무리없는 선(善)이라면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를 향한 예의로 용납되어져야할 수 밖에 없음 또한 겸손의 범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심도 깊은 겸손에는 아침 이슬같은 순수한 맑음이 있다. 낮추며 살아가려는 마음의 향기는 사람들 속으로 소담하게 파고들어 ‘낮아지고자 하는 자는 높임을 받는다’는 반증을 깨닫게 해준다. 겸손은 때론 소금이 되어 세상 역겨움을 소염시키기도하고 헛소문과 손가락질이 난무하는 갈피없는 어두운 세상을 밝히기도 한다. 막되먹은 세상을 씻어내려는 참담한 일도 마다않는다. 낮은대로 낮은대로 흘러가는 물처럼. 낮아지려는 본능은 홀대나 어떠한 따돌림에도 개의치 않으며 묵묵히 무언의 수행을 이어간다. 드러내지 않으며 비난의 말도 입에 담을 줄 모른다. 눈물겨운 감동의 모습을 주시하는 시선이 아쉽게도 적다는 것이다. 소리 없는 웅장한 겸손 심포니가 울려퍼져도 겸손의 아름다움에 귀가 열리지 않은 자들은 들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겸손 심포니의 우렁찬 팡파르가 마음을 진동시킨다한들 눈이 열리지 않은 자들은 볼 수 없음이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이들만이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이 만들지 않는 아름다운 겸손상을 손수 만들어 올려드리고 싶다. 겸손의 깊은 울림이 연주되듯 평안과 행복이 머물러 있어 그런 분들 곁을 맴돌게 된다. 겸손 심포니는 얼마든지 울려퍼져도 좋을 최상의 교향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