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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천연두와 프랭클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7-09 10:10:58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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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21년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에는 천연두가 창궐하고 있었다. 영국인 의사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천연두 백신이 개발되기 75년 전이었다.

 

천연두는 단일 병원체에 의한 질병 중에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감염병으로 꼽힌다. 각각 3억에서 3억5,000만명정도로 추산되는 흑사병이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누적 사망자 보다 훨씬 많은 10억명 정도가 천연두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두 원인균은 오랜 세월 인류와 동거해 온 바이러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사람에게 천연두 흔적이 처음 발견된 것은 최소 3,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람세스 5세의 미라(기원전 1145년)에서도 마마 자국이 확인됐다고 한다. 조선 왕가에서는 정조의 정비 효의왕후도 천연두를 앓아 곰보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300년 전 천연두가 유행할 당시 보스턴의 상황은 심각했다. 인구의 반 이상이 전염됐고, 주민 13명 중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 미처 파악되지 않은 사망자까지 더하면 희생자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았으리라고 한다.

 

백신이 나오기도 전, 절체절명의 상황에 내몰린 당시 보스턴에서는 새로운 예방법이 시도됐다. 천연두 환자 상처의 딱지나 고름을 바늘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살갗에 옮겨 의도적으로 천연두 균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병든 소에게서 추출된 균을 사람에게 옮겨 천연두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는 제너의 백신 개발 전에 시도된 인두법(variolation 혹은 inoculation)이 곧 그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경미한 증상의 천연두를 앓게 되지만 면역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방법은 원래 서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이용되던 것으로 유럽에 알려진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당시 보스턴의 목사이자 과학자이기도 했던 카튼 매서는 그의 집에 있는 서 아프리카 출신 노예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내과의사와 팀을 이뤄 실험에 들어갔다. 300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결과 이들 중 천연두 사망자는 2%에 불과했던 반면, 자연상태에서 천연두에 감염된 이들의 사망률은 15%에 이르렀다. 인두법이 천연두 예방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 방법은 21세기인 지금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과학실험이지만 당시에는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일부러 천연두에 감염시켜 숨지는 사람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천연두와 같은 질병은 분노한 신의 징벌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300년 뒤 코로나 백신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찬반 양론 보다 치열했지만 논쟁의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고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보스턴의 지역신문이었던 ‘뉴-잉글랜드 쿠런트’는 앞장서 인두법 유해론을 강조했다. 당시 이 신문의 편집 책임자는 후일 미국 대통령이 된 벤자민 프랭클린의 형인 제임스 프랭클린. 10대 소년이었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 때 견습공으로 신문에서 일하고 있었다.

 

정치가이자 과학자, 작가가 된 벤자민 프랭클린은 격렬한 논쟁 대상이었던 인두법에 관한한 형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게 된다. 무엇보다 과학적 진실을 최우선으로 여긴 예로 후대의 평가를 받는다. 프랭클린도 4살된 아들을 천연두로 잃었다. 인두법 때문에 아들을 잃었다는 소문이 세간에 파다했다.

 

그는 후일 자서전에서 이 일을 회상하면서 ‘지금도 가장 후회되는 것은 아들에게 미처 인두법을 시도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은 소문과 달랐다. 다른 어떤 감염병 보다 끔찍했던 천연두는 인류의 예방 노력에 의해 완전히 퇴치됐다. 백신 갈등의 역사는 어느 정도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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