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대 만물상을 아쉽게 작별하고 하산해 안내된 곳이 금강산 온천장인데 고혈압, 불임증에 좋다는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피곤한 몸이 사르르 녹아들며 세상만사 무아지경이 됐다. 저녁식사는 금강산 산나물이나 특산물들이 식탁에 오를 줄 알고 기대가 컸는데 식탁에는 현지 특산물이 전혀 없다.
호텔 선물점에 들러 금강산 특산품을 사려고 했으나 살만한 상품이 별로 없어 금강산을 수 놓은 족자를 사는데도 잔돈이 없다고 해 거스름 돈에 맞춰 물건을 더 샀다. 장사를 하려고 만든 선물점인지 아니면 선전용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양한 관광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체제유지 만을 위해 올인하고 있는 북한의 실상이 안타깝다. 북한 사람들은 우리를 경계하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접근을 못했지만 자유분망한 우리의 행동을 내심 동경했다. 저녁에는 짓궂게 안내원에게 카바레나 노래방 아니면 술집을 안내하라고 했고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 하고는 끝내 소식이 없었다.
이튿날 우리는 구롱연 폭포를 향해 계곡과 물길을 따라 오르다가 그림같은 배밭을 보았는데 안내원이 배밭을 가리키며 김일성 수령동지께서 금강산을 방문 해 수고하는 관리인들을 보고 맛있는 과일을 먹도록 해야겠다고 배밭을 만드셨다면서 인민을 극진히 받들고 사랑하는 수령님 뜻이 참으로 위대하다고 찬양을 했다.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찬양은 청산유수다. 오솔길 따라 펼쳐진 현무암, 옥류동 계곡에는 그림같은 절벽 사이 사이 구비쳐 내리는 물길이 봉황이 날으는 것 같았고 또 크고 작은 폭포들이 펼치는 물방울은 오색 찬란한 무지개를 만들고 아로새겼다. 무름폭포는 고이면 담수요, 마시면 약수가 되고 주림폭포는 하얀 비단 커튼이 펄럭이는 것 같다. 천선대와 만물상을 불가사의한 신의 걸작품이라고 감탄했는데 아름다운 구룡연 가는 계곡에 유연한 절경의 곡선미와 예쁘게 다듬어진 넓은 마당바위에는 신선들이 둘러앉아 바둑을 두고 금강주 곁들여 청개천에 발 담그고 시조를 읊는 것 같다. 천하 절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오르다보니 물소리가 요란해졌다. 구룡연 폭포다. 눈 앞에 거대한 바위 높은 절벽 위에서 쏱아지는 구룡연 폭포가 눈 앞에 펼쳐져 아! 하고 말을 잃었다. 폭포 길이가 74미터인 이 폭포는 금강산을 지키는 9마리 용이 살다가 승천한 곳이라 ‘구룡연’ 폭포 라고 했단다. 폭포의 담수 수심이 7미터나 된다고 한다.
우리는 카메라에 절경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역시 폭포의 절경을 여러 각도에서 잘 찍어 보려고 옮겨 다니다가 단체 기념 촬영을 한다고 부르는 바람에 미끄러져 놓친 카메라가 7미터가 넘는 물 속으로 빠져버렸다. 그동안 열심히 찍은 사진들이 모두 다 물거품이 됐다. 절경을 담으려는 욕심이 지나처 생긴 실수다.
본의 아니게 카메라를 구룡연 폭포속에 남겨 놓고 떠나며 카메라가 영원히 나의 흔적으로 구룡연 폭포에 남아 있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