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인가. 자연인가. 우한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은’-. 뉴욕타임스의 과학전문 에디터를 지낸 니컬러스 웨이드가 던진 질문이다. 다름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우한연구소 유출설’은 그러나 코로나 19이 맹위를 떨치던 기간 동안 미국의 제도권 언론, 심지어 과학계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진핑의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유출설’을 부인했다. 세계 보건기구(WHO)도 자연 상태에서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감염됐다는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런데다가 친중인사인 영국 동물학자 자다크(에코헬스얼아이언스 대표)가 과학자들의 연대서명을 받아 의학전문지 ‘란셋’에 ‘유출설은 비과학적 음모론’이란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에 미국의 주류언론들도 동조, ‘우한연구소 유출설’을 주장하는 사람을 음모론이나 신봉하는 인종차별주의자 취급을 하면서 ‘우한 바이러스’란 말도 금기어가 되고 말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로 그 케이스다. 코로나19을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데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나왔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발언을 하자 음모론을 퍼뜨리며 중국을 속죄양으로 삼으려든다는 호된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 선거의 해’에 팬데믹을 정치에 이용하려드는 정상모리배 취급을 당한 것이다.
상황이 일변하고 있다. ‘실험실 유출설’에 점차 무게가 실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90일 내에 코로나 19이 실험실에서 유출됐는지 조사해 밝힐 것이라고 예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선 실험실 유출가능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왜 그 박쥐 동굴에서 수천km떨어진 우한에서 발생했는지, 왜 하필이면 세계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기관인 우한연구소에서 3km 떨어진 수산시장이 발원지인지 등의 의문점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본격화 된 건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 23일 대유행 전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직원 3명이 고열 등 코로나 유사증세로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다.
이후 코로나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보도가 잇달고 있다. 영국과 노르웨이 과학자가 공동 연구한 결과를 전한 29일의 영국 데일리 메일지 보도에 이어 영국의 더 타임즈지도 정보기관을 인용해 실험실 유출을 뒷받침하는 보도를 했다.
이에 따르면 우한 연구소는 기능강화(Gain of Function)란 위험한 방식의 연구를 통해 박쥐가 보유한 바이러스에 새로운 스파이크를 심어 인간에 치명적인 변종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실험실 유출설의 진상은 드러나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중국이 기를 쓰며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조사를 방해하고 있으니….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지고 있다. 코로나 논쟁을 둘러싸고 승자와 패자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패자 중의 하나는 미국의 기득권층 언론이다. 그리고 여론의 눈치나 본 일단의 전문가란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제 와서 ‘트럼프 같은 음모론자로 오해받을까 조심스러웠다’고 실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최대의 패자는 궁극적으로 중국이 되는 것은 아닐까. 미국에서만 60만, 전 세계적으로 350여만의 사망자를 냈다. 경제적 피해는 가늠조차 어렵다. 그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이 ‘우한의 실험실’이란 혐의가 짙어지는 것만으로도 중국에 대한 신뢰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나 더. ‘중국은 대가를 지불하라’는 국제적 여론이 비등하면서 미-중 냉전은 더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