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과 은밑대에는 소풍객들과 남녀 연인들이 줄을 이어 있다. 평양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일등 국민들인데도 직업이 없어 공원에서 잡초를 뽑는 일과 청소를 하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어 빈둥대는 실업 상태인데 우리가 가는 특별한 지역에는 북한 관광객들이 몰려있고 젊은이들은 멋진 청바지 차림들이라 북한의 실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
평양의 고층 건물들에는 커다랗게 쓴 구호들이 많은데 주로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만세’‘주체사상 만세’‘우리 식대로 살아가자’‘우리는 행복해요’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이 많다.
그들은 북한이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선전을 한다. 그 때문에 재외동포들이 북한 여성이나 남성과 결혼을 하면 무조건 북한에서 살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북한은 그 당시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전력이 부족해 불도 못키고 또 식량 부족으로 사경에 처한 상태인데 무슨 헛소리인지 기가 막힌다.
호텔에 들어가도 절전이라 우리가 직접 불을 켜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도 복도의 불을 다시 켜고 방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다.
특이한 것은 아침에 벗어놓은 속 내의와 양말, 셔츠 등이 깨끗하게 세탁이 돼 정돈돼 있고 그와 같은 서비스는 우리가 떠날 때까지 계속됐다.
북한은 팁도 없고 자본주의 사회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호텔에서 일찍 자기도 그렇고 답답하고 감시를 당하는 것 같아 취향이 맞는 몇 사람이 한방에 모여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고스톱도 치고 포커게임도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간첩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유분망한 자본주의 세계의 장사꾼들이라는 것을 알리고 그들을 안심시키면서 북한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었는데 우리의 행위가 철 없고 한심했던지 경계를 많이 풀고 안내원도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허심탄회 안내원에게 우리와 가까이 지내서 동무래 자본주의 물이 들었으니 우리와 함께 미국으로 가자는 농담을 하면서 웃고 떠들 정도가 됐다.
평양에는 백화점이 두 개가 있는데 제일 백화점 5층 건물 상품점에는 거의 다 북한에서 생산된 물건들인데 물건의 질이 조잡하고 값은 비싼 편이다. 사람들은 무척 많은데 물건을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낙원 백화점은 외국인들의 전용 백화점인데 외국인 가족과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에 있는 가족으로 부터 송금을 받은 외화만 사용 할 수가 있다. 갖가지 유명 상품들이 구비돼 있다.
호텔에 돌아와 쉬고 있는데 KTN 심중구 사장이 여행 가방을 사러 낙원 백화점을 가야겠는데 같이 가자고 해 호텔 로비에서 택시가 있느냐고 물으니 밖에 있는 차들이 모두 다 택시라고 해 나가니 기사가 따라나와 친절하게 낙원 백화점에 내려주고 가버렸다.
분명히 관영차였고 고급 벤츠인데 택시라니 알 길이 없다.
가방을 사 가지고 나오는데 안내원 L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으며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알고보니 감시원들이 급히 안내원에게 연락해 그가 달려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