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시즌이다. 그러면 대목을 맞는다. 어떤 업종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인가. 역술인이다.
정치인은 역술인을 좋아한다. 이는 동서양이 공통된 현상인가 보다.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는 샌프란시스코의 점성술사 조운 퀴클리에게 중요한 일만 있으면 조언을 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히틀러도 에릭 얀 하누센이란 가명을 사용하던 점성술사를 절대적으로 신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역술인 좋아하기로 따지면 한국의 정치인이 가히 세계 정상급은 아닐까. 정치인을 만나고 싶으면 역술원을 찾으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4.7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모 후보가 유명한 역술인 아무개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정치의 뒤안길에서 파다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것이 대선정국으로 벌써부터 이름께나 있다는 역술인 주변에 사람들이 꼬인다는 소문이다.
정치인들, 특히 대권지향형 정치인들이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은 풍수지리설인 것 같다. 두 번이나 계속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자 선친의 묘를 옮겼다. 그리고 3수 째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대중 대통령이다.
조상의 묘 자리가 중요하다. 그런 풍수지리설을 민간신앙으로 굳힌 공은 아무래도 조선말의 풍운아 흥선군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당시의 세도가 안동 김문의 눈치를 보며 지내던 흥선군은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진다. 한 풍수가로부터 2대에 걸쳐 천자(天子)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전 가산을 기울이다 시피 해 아버지 묘를 충청도 예산 가야산 아래로 이장했다.
그래서인지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아들과 손자, 고종과 순종이 대한제국황제가 되기는 했다. 조선은 바로 망했지만.
이 풍수지리설을 철석같이 믿어서인가. 대권을 바라본다는 정치인치고 풍수사의 조언에 따라 이른바 명당을 찾아 선친의 묘를 이장한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다.
대선정국을 맞아 유력 대권주자의 조상 묘를 두고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세종시 민간 묘원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선영이 최근 두 달 동안 두 차례나 훼손된 것이다.
봉분 위에 인분과 계란 껍데기 등 음식물 찌꺼기가 올려져 있었고, 봉분 앞에는 식칼과 부적, 길이 1m나 되는 머리카락 뭉치 등이 묻힌 구덩이도 발견됐다고 한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는 일종의 정치적 테러행위로 다가올 대선은 주술적 공격도 마다 않는 전근대적이고 사생결단 식의 싸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예고가 아닐까.
풍수사의 조언에 따라 조상 묘를 이장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일로 결코 뭐라 탓할 수 없다. 그러나 남의 묘, 더군다나 대권주자로 유력시 되는 사람의 조상 묘를 훼손시킨다. 이는 그 저의가 너무 빤한 음해행위인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조국일가를 수사할 당시에도 수 백 명의 친문들로부터 저주의 부적과 전신에 압정이 꽂힌 인형사진이 일제히 유포되는 등 주술 테러를 당했다.
그런데다가 조상 묘 훼손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타이밍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해가는 것은 아닐까.
그건 그렇다고 치고, 풍수사를 굳게 믿은 흥선대원군, 그리고 진령군이란 무당을 절대적으로 신뢰한 대원군의 며느리 명성왕후는 어떤 최후를 맞이했나.
대원군은 비운의 말년을 맞이했고 명성왕후는 시해를 당했다. 그리고 훗날 역사는 이들에게 ‘조선패망의 주역’이란 판정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