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백신 접종 후유증은 상상 이상이었다. 주사 부위가 심하게 부어오르면서 통증으로 일상을 꾸려가기에 힘들 정도였다. 발열과 오한 피로감과 두통에다 근육통까지 겹쳐 사나흘을 꼬박 앓아눕는 낯선 고통을 접하게 되었지만, 2차 백신 접종후 이틀은 품위있는 앓음으로 버티었다. 낯설다. 모든 일상이 낯설게 다가온다. 백신 접종 후에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실내 모임은 자제하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 확산 난제가 가중치 부담이 되어 일상이 소환당한듯 마치 수동적 유휴상태에 머물고있는 삶의 풍경들이 낭비되듯 소모되고 있다. 웬만큼 퓨젼으로 바뀌어가던 일상 마저도 끝모를 낯선 풍경 속으로 생경스레 끌려드는 형국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환경들이 새삼 낯설음의 시작인 것처럼 접근해 오고 있다. IATA 백신여권 발급으로 공항 출입국 절차가 간편해지고 코로나19 비감염 확인증명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낯선 소식도 떠다닌다.
실은 세상과의 첫 만남부터 낯설음이다. 생소함이 자각되었겠지만 기억 줄에 남겨지지 않았을 뿐, 모태에서 열달을 동거해왔지만 엄마 얼굴을 대하는 것도, 손길도 목소리도 낯설음이다. 생의 여정을 지나오는 동안 겨우 답습에 의지하며 낯설음에 익숙했나 싶은데 남은 날은 기다려주지 않는 법이다. 살아온 연륜이 낯설음을 부축해준 탓에 세상을 조금은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즈음이다 싶었는데 낯선 풍경이 선뜻 들어섰다. 낯설음 중 최상 낯설음이다. 일제강정기 말엽에 태어나 해방과 6.25를 겪으며 4.19, 5.16도 치루었고 군사 독재 치하에서 아버지를 잃게된 낯설음도 당했지만 팬데믹 낯선 풍경은 생애 중 처음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인류의 삶은 예전 모습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유불문 어떠한 것들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며 어떤 분야가 두드러진 변화를 드러낼지도 예측 또한 갈피잡기 어렵다. 불과 한해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불가사의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낯설음으로 열려질 세상 인심은 더욱 냉담해질 것이고 테크놀로지화된 업무처리에도 기계화가 가속을 낼 것이 기정사실이라 낯섦은 또 다른 낯섦을 잉태하는 틈을 비집고 고도화된 과학기술은 본격적으로 일상의 삶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재택근무 시스템과 일상을 가상현실화 해주는 다양한 테크 등장으로 더 편리한 VIR 시스템으로 소통하는 바야흐로 비대면 진화 단계로 돌입했다. 대면이 오히려 낯설 수도 있을 것 같은. 대면으로 인해 파생되는 불편 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시대가 오히려 익숙해지는 세상 풍경이 연출될성 싶다. 살아오면서 터득하며 쌓아온 삶의 지침을 시금석으로 고수해가려는 시니어 세대들에겐 더 없이 서먹한 풍경들이 곡회하듯 겸양없는 서성임으로 다가서고 있다. 디지털문화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친숙하지 못한 서투름이 죄어들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란 타이름으로 작금에 당도했는데 세상은 다시금 뒤웅박을 겪어보라며 들이밀고 있다.
디지털시대란 낯선 문명으로하여 혹여나 후손들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 걸어온 터였는데 진화를 거듭하는 낯선 풍경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삶은 뒤죽박죽 얼크러 설크러지고 있는데 밤 하늘 별들의 질서는 그렇게 정연할 수가 없다. 남은 날을 살아내기 위해 낯선 풍경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어 보기로 했다. 새롭게 도래한 낯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생소함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엄연한 리얼리즘이다.
낯선 풍경과 어찌어찌 익숙해질만 하면 또 다른 낯설음이 연이어 찾아든다. 나이를 더해간다는 것도 낯설기는 매한가지. 빈 둥지의 공허함도, 노년에 찾아드는 풍경도 어찌된 셈인지 낯설기만 하다. 감성과 이성을 총동원해서라도 불안정한 낯선 현실을 향한 강박감이 멈출 수 있기를 바램하며 깊은 심호흡으로 낯섦에 익숙해지려 하지만 첫 파도로 덮친 낯섦에도 미쳐 익숙해지기 전에 또다른 낯섦이 밀려들면서 낯설음을 글로 옮겨두고 싶은 낯선 자극이 노구를 흔들어 놓는다. 생각과 궁리들이 개념을 일으켜 세우고 낯선 가운데서도 구성이나 판단, 추리 같은 이성작용을 부추기고 있었던 것 같다. 뜻하지 않던 소재를 제공받은 낯설음이다. 변종 바이러스 출몰이란 대체된 낯설음과도 마주해야 하는 어정쩡한 불안과 집단면역을 기대하는 얄팍한 기우가 깃든 바램이 물결처럼 홀로그램을 이루며 오로라처럼 일렁인다. 미처 싫증이나 식상을 토로하기 전에 낯섦에 익숙해져가는 다양한 낯선 풍경이 계속 전개될 전망이다. 이미 관례로 보나 인습으로나 인정미에 다정미까지 곁들여졌을 만한 이국인데 문득 문득 낯설고 또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