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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훈기가 그리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3-06 12:12:38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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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적으로 만상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첩(驚蟄)이다. 세상이 온통 모진 매를 맞은듯 순풍미속 경계심은 첩첩으로 선을 긋고 또 긋고있다. 바람결은 아직 겨울 바람인데 나목은 수종마다 다투듯 움을 내밀기 시작했지만 팬데믹에 지친 인정들은 매서운 한파와 혹한에 시달린듯 지쳐있다. 수은주가 주는 체감온도일 수도 있겠지만 물리적 열전도로 전해지는 직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다사로운 훈기가 그리움으로 고여가고 있다. 머피 법칙처럼 훈기의 불씨는 사그들지는 않아야할 것이라는 절박함까지 서성이고 있다. 불안 할수록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것은 생존본능의 본성이라 친근한 훈기와 정(情)으로 어우러지고 싶은 아쉬움이 막무가내 밀려든다. 그리움이란 인간 본능의 비롯이라서 훈기의 고갈이 연유인 것인지 살펴야할 것 같다. 감성 의식이 느낌이 되어 가슴을 울리며 알려주는 것이 그리움이라서 훈기가 고여있는 따스함이 애틋하니 그리워지나보다. 다사로웠다고 기억되는 유년의 하늘이 떠오른다. 그날의 다사로움이 그리움이되어 하늘하늘 날아다닌다.

세상 흐름도 그렇듯 인정의 흐름도 강줄기 같기도 하고 호수처럼 고여있기만 하는 인정도 있기 마련이다. 별다른 대화 없이도 잘 다듬어진 인연처럼 다사로운 훈기가 느껴지는 만남도 있음이요 만남의 횟수가 쌓여있어도 거리낌이 끼어드는 만남도 있다. 세상 분별이 변변치 않더라도 다사로운 훈기 곁으로 다가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정적이 감도는 겨울 날들이 어수선하니 심란해지던 설익음의 사유가 훈기를 바램하는 그리움이었던 것 같다. 모든 잣대가 기계화, 전산화로 스마트 지수로 환산되고, 연봉이 평가 기준이 되고, 감성지수 행복지수 따위는 숫자나 스펙 앞에서 기가 죽어 지내는 세상이다. 그리움의 정체가 훈기를 향한 것이라면 감성을 비하하거나 수치계산으로 논하려는 일은 비켜가야할 것이다. 감성을 소중히 여길줄 알아야 훈기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서.

따뜻한 영혼을 지닌 이들로 하여 거짓과 편견과 언어폭력이 만연한 세상이 정화되고 있는 것이다. 감성은 얼마든지 풍성하며 폭넓게 개발될 수 있는 것이라는 실제의 진실을 주시했으면 싶다. 순수로의 회귀를 꿈꾸며 추구하는 감성을 지닌 이들에게는 다사로운 온기가 스며있어 가까이 다가가면 훈기를 충전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여타한 훈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라 오감을 있는대로 활짝 열어놓으며 스며드는 감각에 반응해 보기로 했다. 순수를 지닌 훈기는 현실의 횡포가 실족의 길을 열어놓기도 하고 넘어지고 중심을 잃을 것 같은 비바람에 시달리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는 위로로 순수 고유함수를 우직스레 보듬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와 위안을 얻는다. 훈기를 지켜내려는 영혼끼리는 길목 마다에서 길을 밝혀주는 서로의 빛결이 되어주며, 영혼이 고요한 자들은 강철보다 강한 투명한 순수를 지켜내고 있다. 순결한 영혼의 심미안으로 빛의 길을 알아차리는 맑은 영혼의 훈기가 사무치게 그립다. 

세상을 살아가는 원천의 에너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질퍽하게 때로는 은은하게 흐르는 온기가 아닐까. 하지만 마냥 순수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 것. 세상살이는 조화로움이 요구되고 균형있는 통찰력과 현실감각이 어우러져야 하기에 유능한 인생으로 살아가기에는 어쩐지 조화로움의 부족을 느끼곤 한다. 적절한 배려심도 요구되거니와 정직과 책임감만을 강요할 수도 없음이라서 세상살이가 무거울 수 밖에.

모든 것에 충족한 삶이란 쉽지 않은 것, 오감을 열어놓고 감성에만 충실한다해서 주변에 만족스러운 훈기가 전해질까. 평범했던 일상으로의 회귀를 기다리는 시간이 중첩되고 있는 터라서 유난히 따스한 훈기가 그리워진다. 불안하고 냉랭한 겨울이라 온기가 줄어들 수 밖에 없음이라 영혼의 피폐가 염려되지만 한사람 한사람 마음과 마음에 온기가 더해진다면 다가오고 있는 봄날 앞에서 훈기의 그리움도 승화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팬데믹이 던져준 매서운 바람몰이같은 매몰찬 시간을 인내할 수 있었음에도 감사 드리며 새봄의 훈기를 대망해본다. 평범했던 일상이 돌아오면 당황해할 만큼 봄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로 분주하다. 현실이 무겁고 매몰차고 지치고 불안할수록 훈기의 소중함이 절실해서인지 부드러운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긴다는 이유극강(以柔克剛)이 간절하다. 굳고 강한 것만이 세상을 이길 것 같지만 훈훈한 훈기의 회복만이 지치고 불안한 마음들을 치유하는 첩경이라 믿고 싶다. 훈기를 방출해줄 봄이 다가오고 있다. 훈기를 그리워하는 영혼끼리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손에 손을 맞잡는다면 팬데믹에 지친 인정의 온기가 소롯이 회복될 것이라는 스산한 기쁨이 잔잔하게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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