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인 7일은 지구촌 최대의 단일 스포츠 이벤트인 수퍼보울이 열리는 ‘수퍼선데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플로리다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55회 수퍼보울에서는 이 스테디엄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 지난해 수퍼보울 챔피언인 캔사스시티 칩스가 격돌한다.
55회 수퍼보울은 무엇보다 신구 수퍼스타 간의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버커니어스를 수퍼보울로 이끈 탐 브래디는 자타공인 역대 최고 쿼터백 가운데 하나이다. 뉴잉글랜드 왕조 건설 후 탬파로 팀을 옮긴 그는 이적 첫 해에 곧바로 팀을 수퍼보울로 이끈 것이다. 버커니어스와 맞붙는 캔사스시티 칩스는 현 NFL최고 쿼터백으로 평가받는 패트릭 마홈이 이끌고 있다.
이처럼 대진표는 역대 어느 수퍼보울보다 완벽히 갖춰졌지만 올 수퍼보울 분위기는 예전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때문이다. 수퍼보울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관중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진다. 하지만 이번 수퍼보울에서는 예년과 같은 함성과 열기를 듣고 느끼기는 힘들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수퍼보울 관중은 2만2,000명으로 제한됐다.
이 가운데 7,500석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에 보답한다는 뜻에서 백신접종을 받은 의료계 종사자들을 초청하는 데 배정됐다. 일반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나머지 1만4,500장뿐이다. 수요는 폭발적인데 표는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격폭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식 수퍼보울 티켓 판매 사이트에서는 티켓 한 장이 5,950달러부터 시작해 일부 좌석의 경우 두 장에 2만1,500달러에 팔렸다.
리셀러 사이트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 일부 사이트의 경우 41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린 티켓도 있었다. 참고로 1회부터 3회까지 수퍼보울 티켓 가격은 12달러였다.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90달러 정도이다.
하지만 수퍼보울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가장 큰 낙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수퍼보울을 보며 파티를 즐기는 게 올해는 팬데믹으로 인해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수퍼선데이 개더링에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서는 사회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인들은 이날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경기를 즐긴다. 풋볼을 잘 몰라도 상관없다. 빈부와 계층의 구분이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수퍼선데이 파티의 평균 규모는 17명이다. 그런데 만약 팬데믹 상황 속에서 17명이 좁은 공간에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들어댄다면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올해는 수퍼보울 파티의 욕구를 자제하고 절제할 필요가 있다. LA카운티가 식당들의 야외영업은 허용하면서 TV설치를 금지한 것도 스포츠 경기를 보며 내지르는 함성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혼자서 혹은 한 집안에 거주하는 가족들끼리만 모여 이번 수퍼보울을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경기 중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고받는 교감과 대화의 양은 역대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직접대면과 접촉의 욕구를 가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달라질 수퍼선데이 풍경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보건위기가 지속되는 한 방역 조심에 지나침이란 있을 수 없다. 브래디와 마홈이 맞대결을 펼치는 경기 자체에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55회 수퍼보울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오는 7일 수퍼선데이가 감염을 확산시키는 ‘수퍼스프레더’가 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