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정권이양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무책임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가 숱한 어깃장을 놓아 왔음에도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해오던 바이든이 “역사적 평가”를 언급하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바이든의 경고는 역사적 평가가 채 시작도 되기 전에 이미 현실이 됐다. 지난주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동해 연방의회 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연방의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 반역적 행위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던 트럼프는 바이든이 경고한 “미국 역사상 가장 무책임한 대통령”을 넘어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예측을 뒷받침해주는 평가는 이번 사태 이전에 이미 나온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정치학회와 시에나 칼리지는 각기 독자적으로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을 평가하는 조사를 실시했었다.
두 조사에서 트럼프는 공동 43위로 제임스 뷰캐넌과 함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하위의 평가를 받았다. 최상위에 오른 인물은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트럼프는 정치학회의 100점 만점 항목별 조사에서 평균 12.34점을 얻는 데 그쳐 최하위인 44위를 기록했다. 그는 심지어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회원들이 꼽은 순위에서도 44명의 대통령 중 40위에 머물렀다.
역사학자들의 대통령 평가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들의 순위가 그렇지 못했던 대통령들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재선 성공이 첫 임기의 성과와 관련돼 있음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연임 성공 대통령들의 순위를 평균해보면 14위이다.
반면 재선에 실패했거나 다른 이유로 단임에 그친 대통령들의 평균 순위는 30위였다. 중간 순위에 훨씬 못 미치는 평가이다. 단임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는 13위였다. 재임 중 암살당한 존 F. 케네디이다.
대통령 평가에서 재선 성공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설사 첫 번째 임기 중 뛰어난 업적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연임을 하게 되면 이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첫 번째 임기 동안에는 그리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두 번째 임기를 통해 평가가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첫 번째 임기 중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게다가 대선 패배 후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반 헌법적인 언행을 계속해 왔다.
급기야 의회에 대한 폭력사태까지 야기했다. 연방의회 폭력사태 후 실망하고 분노한 상당수 공화당원들이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4년 후 다시 백악관에 도전하겠다던 그의 야망은 헛된 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대해 몇 차례 시비를 걸다가 깨끗이 패배를 시인했더라면 아마도 약간은 더 나은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봐야 최하위권에서 1~2 순위를 올리는 정도였겠지만 말이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있을 수 없는 테러를 가함으로써 역사 속에서 이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를 확실하게 찜했다.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