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녘 뉴스에서 경찰이 2인조 복면 권총강도들을 체포했다는 보도와 함께 범인들의 신상을 공개했다. 그런데 그중 한명이 친구 J씨의 아들 J군이다. 어이가 없고 믿을 수가 없어 혼란스럽기 이를데가 없다. J군은 우리 아들과 같은 학교의 선배다. 인사성과 예의가 바르고 학교에서는 합창단으로 활약했다. 그 때문에 더욱 기가 막혔다. 경찰은 범인들이 마약이 필요해 범행을 했다고 한다. J군이 마약을 했다니 사람은 겉으로 보아서는 알 길이 없는 의문의 존재들인 것 같다. 친구의 충격을 헤아리며 고민한 끝에 복면강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어느날 J씨가 전화를 해 형무소로 아들의 면회을 가려고 하는데 운전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동안 J씨는 친구들의 입장을 고려해 침착하게 참아온 것이다. J씨는 아들을 만나고 난 후 차 안에서 혼자말 처럼 “내가 죄인이지. 자식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산 내가 죄인이야”하면서 우는지 웃는지 모를 독백을 했다. 친구 모르게 나도 가슴으로 울었다.
휴스턴에는 불법체류자들이 모인 ‘향우회’라는 친목 단체가 있다. 회장 C씨는 내가 회장으로 있는 ‘토우회’ 회원이라 자주 만나 회원들의 고충과 애로 사항을 의논했다. 그리고 변호사를 만나 회원들의 안전과 영주권 취득을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향우회 회원 중 K씨는 2년간 불법 체류 신분때문에 피눈물나는 역경을 겪고 영주권을 받았다. 신바람이 난 그는 생이별을 한 부인부터 초청을 했는데 모든 일이 잘 진행돼 내일 저녁 도착한다는 희소식이다.
다음날 일찍 출근을 하려는데 권총강도에 대한 긴급 뉴스가 발표됐다. Martin Luther King Road에 있는 리커스토어 직원이 문을 열자 강도가 쫓아 들어와 그를 살해하고 현찰과 물건을 훔쳐가지고 도망쳤는데 피해자가 한국인 K씨라고 했다.
사진을 보니 오후에 아내를 맞으러 비행장을 간다고 한 K씨가 틀림없어 급히 C회장에게 전화를 하니 너무 비참하고 억울한 날벼락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정신이 없고 또 저녁에 도착할 그의 부인을 어떻게 맞이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나도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고 있는데 친구 K 감독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J씨가 혈압으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급히 달려가 물어보니 위기는 면했는데 언제 깨어날 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원인은 형무소에 있는 아들이 죄수들로부터 당하는 구타와 비열하고 잔악한 가해를 참을 수가 없어 콘크리트에 머리를 박고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쓰러진 것이었다.
지난날 면회를 갔다 오다가 “내가 죄인”이라고 중얼대며 오열을 했던 J씨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잘 살아보겠다고 선택한 이민의 꿈이 산산이 부서진 J씨와 K씨의 비극이 너무나 애처롭고 원망스럽고 울화가 터져 숨이 막혔다.
그 당시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한인 이민 1세들이 억울하게 희생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