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도 벌써 1/5의 세월이 지나갔다. 그 기간 내내 지배한 화두는 중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는 중국의 시대다’, 중국은 새로 떠오르는 해다‘ 등등.
중화제국의 시대는 그러면 머지않아 열릴 것인가. ‘예스’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었다. 그러던 전망이 바뀌고 있다.
“그런 상황이 올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설혹 중국시대가 오더라도 그 기간은 아주 짧게 끝날 것이다.” 포브스지가 최근 내린 진단이다.
경제개혁이 지지부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빈부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투명성지수가 세계 80위를 기록한 데서 보듯이 부패가 만연돼 있다….
포브스지는 이런 이유들을 들어 중국시대 개막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 문제들을 이럭저럭 극복하고 중국시대가 왔다고 치자. 그 시대는 오래갈까. 극히 짧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 근본적 이유로는 저출산에 따른 중국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와 궁극적인 인구감소가 지적되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규모는 오는 2030년대 중반께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것이 일부의 예상이다. 그리되더라도 그러나 얼마 못가 다시 미국이 1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 급격한 고령화에, 인구감소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구변동은 곧 운명이다(Demographics is Destiny)’-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가 일찍이 한 말이다. 인류역사를 돌아보면 인구감소, 더 나가 소멸을 방치했다가 멸망의 길을 걷게 된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시대 패권국이었던 스파르타의 경우가 우선 그렇다. 스파르타는 당시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를 격퇴할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였다.
그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강력한 적이 아니다. 남성인구 부족, ‘인구소멸’이라는 내부의 적이었다.
결혼을 해도 자녀는 한 두 명 이상 낳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동성애에 빠져 있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 만연된 증상이었다.
그 그리스가 쇠망하면서 지중해지역의 패권은 신흥 세력 로마에게 넘어갔다. 그리스를 정복한 것이 아니라 인구소멸로 비운자리를 로마가 차지한 것이다.
로마도 비슷한 운명을 맞는다. 제국의 수도 로마의 인구는 전성기 때 100만이 넘었다. 200여 년이 지난 AD 400년경에는 20만이 채 안 된다. 그 로마는 결국 게르만족에게 점령당한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로 들어섰다. 2020년이 역사상 처음 인구(내국인)가 줄어든 해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당초 통계청은 2021년이 인구 감소의 원년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그 시기가 1년 앞당겨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다’-. 2006년 옥스퍼드대학의 데이빗 콜먼교수가 한 예언이다.
한국의 출산율을 1.1명으로 계산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2305년 한국의 인구는 5만 명이 되어 국가로서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 콜먼 교수의 계산으로 그는 이를 ‘코리아 신드롬’으로 명명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그 당시보다 더 낮아져 0.92로 세계 꼴찌를 마크하면서 인구절벽이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한 사회의 집단적 가치관을 부지부식 간에 드러내 보이는 것은 출산율이다. 장래에 소망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다가 퇴폐풍조가 만연해 있다. 그럴 때 나타나는 것이 낮은 출산율이다.
하기는 경제난에, 팬데믹에, 대한민국의 법치마저 무너져 내린 해가 2020년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