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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자택 대피령 종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05-02 18:18:36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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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의 횡포로 대책 없는 공포와 불안 가운데서도 봄은 처연히 찾아 들었다. 봄이 하냥 싱그럽게 익어가고 있지만 ‘자택격리’ 명령을 착하게 지켜내느라 절해의 외딴섬처럼 지내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한적한 시골길 같다. 자택 격리령 이후 창 앞에서 서성이는 일이 잦아진다. 마을이 온통 봄 내음에 잠긴 듯 고요 속에 머물러 있다. 

체육관이며 공공 건물 오피스들도 텅 빈 채 무료하게 봄을 견디고 있지만 질서를 지키고 있다는 뿌듯함이 견장처럼 돋보인다. 미용실, 음식점도 오픈 되었지만 그 간 습관에서 오는 금단현상 발단마냥 집안에서의 머무름에 익히 길들여진 것인지 뵙고 싶은 분들과 선뜻 식사 약속 잡기가 왠지 생경스럽다. 집밥에 익숙해진 탓인지 밖에서 먹는 음식이 아직은 그립지가 않다. 머리도 손수 다듬어온 모양새가 괜찮은 편이라 당분간은 그럭저럭 무방 할 것 같다. 즐겨 했었던 만남도 흘러간 노래처럼 의중이 당기지 않는다. 새해 벽두에 빼곡하니 줄 세우듯 채비를 해둔 여행길 여정까지도 격리령이 풀린다 한들 선뜻 나서지 못할 것 같다. 

4월 생일 달에 예정했던 여행 계획도 단념 된 터라서 어찌 심드렁해지는 추세가 코로나 불루에 전이된 건 아닐까 미심쩍기도 하지만 고마운 것은 계절 흐름에는 전신이 촉각에 명민해지고 감성에 촉촉히 젖어 든다. 잎새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고 있음 앞에 온 몸이 저려오듯 감흥에 휘감긴다. 감사할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침공 이후, 일상에 배여 있었던 작은 질서에서부터 규범과 심지어는 믿음성까지도 침해를 받으면 어쩌나 하며 노심초사할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인종혐오가 빚어내는 불상사들이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확진자, 사망자 수치가 줄어들지 않는 시점에서 자택대피령이 종료된 터라 기다려지는 소식이 없음에도 세상이 미지수투성이라 뉴스에 집중하게 된다. 바이러스와의 격전에 지쳐가기도 하거니와 불편과 불안감과 맞서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하면서 소중한 하루들을 지켜내려 고군분투하는 시점에서 코로나19란 괴물을 대하는 국민들의 경각심이 느슨해질 것 같아 어찌 좌불안석이 된다. 재택 근무자들과 스스로의 격리에 단호함을 사수하는 틈새로 불문과 타성으로 하여 해이된 긴장감이 혹여 지나쳐 버릴까 마음이 쓰인다. 지금껏 견디어온 시간들을 견지하기 위해서도 간극의 빈틈이나 빌미를 내어주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조금만 더 마음을 여미며 견디어줄 것이라 믿고 싶다. 이 난국을 지혜롭게 보내지 않으면 제2의 바이러스 횡포가 기다리고 있음을 직시하며 전체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조금씩 접을 수 있었으면 싶지만 실업과 경제 팬데믹이라는 난제가 말할 수 없는 무게로 정국을 짓누르고 있음이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라서 바램을 토로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생소한 신조어를 생산해 내고, 처음 들어보는 말들의 난무가 이어지고 있다. 서투른 듯 낯설기만 했던 단어들이 제법 귀에 익어가고 있음이 신기롭다. 우한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이 차이나 바이러스로 칭함 받다가 ‘코로나 19’ ‘COVID-19’ 로 공식 명명되면서 확진자, 역학조사, 동선 역추적, 드라이브 스루, 진단 키트, 자가 격리령, 재택 격리령, 사회적 거리두기, ‘팬데믹’ 이란 말들이 딴세상 말처럼 어리둥절했지만 제법 유습해진 터이다. 스테잇 홈, 마스크 파동, 화장지 품절현상, 손씻기에 등장한 생일 축하송 두 번 부르기, 사재기를 해대는 어그리 어메리칸’ 이란 신조어들이 나돌고 있다. 

‘의료진 방호복과 마스크 부족사태’ ‘마스크나 방호복 없이 방역하기 힘들다는 간호사들의 항의 시위’ ‘인공호흡기 부족’ ‘시신 수습을 위한 냉동 트레일러 등장’ ‘실직자 수천만명 추정’이란 기사들이 뉴스 시간을 채우고 있는 와중이라서 무료한 시니어들의 최적의 활동 범주도 고착화 되고 있다. 전화로나마 나누는 안부에 리듬이 실린 것 마냥 공백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주거니 받거니 변함없이 마음을 나누시는 할배 지인 분들의 우의가 존경스럽고 부럽다. 노년으로 접어든 것이 벼슬이 될 수 없음이라서 자식들 안부전화에도 걱정 말라며 손사래 치기가 일쑤다. 아직은 외롭지 않다는, 외로움 따위는 사치요 낭비요 호사라는 시위일 수도 있겠다 싶다. 

부모님과 자제분들 사이에 오가는 신조어도 만만치 않다. ‘꼼짝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자제분들의 명령 아닌 당부를 신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필요한 것 말씀하시면 온라인으로 보내드리겠다’ 는 효심의 색다른 신조어도 등장했다. 시니어 아파트 복도에서 만나지는 이웃들과도 친숙하지 않은 마스크 사용으로 서로의 모습에 어색해하고 겸연쩍었지만 눈웃음으로 인사 나누는 일에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폭발적인 바이러스 위세 앞에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마스크와도 친밀해져야 할 수 밖에. 손수 만들어 선물로 주신 마스크 색깔이 화려하고 예쁨을 겸하고 있어 외딴섬 같은 하루들이지만 알록달록한 마스크로 포근한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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